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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리서 찾을것도 없는 자영업의 위기
    달을파는아이 2013. 6. 13. 15:07


    뉴스에서 자영업의 실패률이 80%가 넘는다는 한줄속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절망이 숨어 있다. 그건 그냥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는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낄수 있다. 한달이 멀다하고 가게가 문을 닫고, 새로운 가게들이 공사에 들어간다. 북적북적대는 공사뒤에 깨끗한 간판이 달리고 , 설레여 하는 새 주인의 어슬렁 거림을 보게 된다.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우리 동네지만, 가게들이 엄청나게 많다. 붐이 일어나는것처럼 미용실이 동시에 4,5군데가 생기더니, 이번달에는 작은 커피숖들이 3개가 동시에 생겼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3개중 2군데는 마주보고 섰다. 마주보고 선 커피숖 사이를 지나가며, 주인만 혼자앉아 있는 모습에 눈을 둘곳을 모르겠다. 


    얼마전에는 작은 100엔샾이 문을 닫았다. “임대”라는 글자가 내 붙더니, 이내 가게 정리에 들어갔다. 모든물건 50%세일이라는 손글씨에 짠하다. 간혹 지나가나 심심해서 들렀던 100엔샾이 사라진건, 50미터 앞에 3층짜리  다이소가 생겼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작고 답답한 100엔샵에 갈 사람이 없어졌다. 물건을 정리하는 아저씨의 어깨가 축쳐졌다. 


    동네에서 가장 큰 슈퍼가 사라졌다. 덕분에 작은 슈퍼들에 사람들이 몰렸다. 때아닌 호황이다. 아이랑 같이가면 아줌마는 아이손에 소세지를 쥐어준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마음이 향한다. 사라진 큰 슈퍼 자리에 공사를 시작한다. 슈퍼 옆에 있던 식당들 몇군데까지 텄다. 아주 큰 공간에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 그리고는 이름 그대로 BIG 마트가 생겼다. 작은 동네 슈퍼 아줌마는 “저번 달 손님수에 맞춰서 과일을 몇상자 들여놨는데, 저 마트 생기고 다 썩어 버리고 있다” 며 하소연한다. 


    출퇴근 길에 지나가게 되는 길은 동물의 왕국 그 자체다. 이 작은 상권에 가게들이 엄청 사라지고 엄청 생긴다. 미용실만 해도 10개가 넘고, 슈퍼는 6개다. 미술학원,태권도 도장도 여러개고, 세탁소도 4개다. 커피숖은 7개다. 미용실은 너무 많아서, 마주보고 있는 경우도 많다. 고기집과 닭집은 세기도 힘들다. 가게가 하나 생길때마다, 수익은 나눠진다. 수익을 나눌만큼 상권이 좋은곳이 아니기때문에, 동종업체가 생긴다는건 “버티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둘중 누가 나가떨어져야 한곳이라도 살아 남는다. 그렇게 피터지게 경쟁하다가도, 대형업체가 생기면 둘다 접어야 한다.



    자영업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자영업을 하고싶어서 적극적으로 뛰어든 경우보다, 말 그대로 할게 없어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은퇴,명퇴 혹은 취직이 안되서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 할게 없어서 하게 될때, 문제점은 “차별성”이 없이, 쉽게 돈만 투자하면 되는 가게들을 열게 된다는 점이다. 내가 내린 커피가 세상에서 가장 맛이 있다는 자신감이 없더라도, 오픈을 한다. 누군가는 와서 마셔주겠지.. 아메리카노가 1500원인데, 마셔주겠지. 이렇게 싼데..  그런 가게앞을 지날때마다, 1500원 몇잔을 팔아야 생활비라도 가져갈까? .. 라는 생각을 한다. 


    남의 일이라고 덮어 두기가 어렵다. 내가 지금 하는일도 언제까지고 영원할 수가 없다는걸 알기때문이다. 언젠가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영업의 지대로 흘러 들어가야 한다. 열심히 책을 읽고, 강의도 듣고 , 누구보다 준비를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정글에서 살아 남기는 정말 힘들다. 이제는 개인이 예측가능한 시장의 크기를 넘어선지 오래다. 세상은 너무 빨리변하고, 자본은 공정한 게임을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차이가 난다. 열심히 부지런히 하면 되던 시절은 지나가고,  말그대로 모든걸 알고 모든걸 할 줄 아는 슈퍼맨이 당연시 되는 시절이 되었다. 실패하는 개인탓만 하기에는 구조적으로 꼬일데로 꼬였다. 오히려 실패하는 먹이감을 잡아 먹는것을 수익모델로 생각하는 프렌차이즈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을 한다는것은 정말 막다른 골목까지 왔을때, 하게되는 선택중에 하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단 한번의 실패를 회복하기가 힘든곳이 우리나라다. 실패에는 용서가 없고, 남는건 빚뿐이다. 가정은 흩어지고, 모든 짐을 떠 앉아야 한다. 국가도 가족도 실패를 함께 짊어지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텅빈가게를 지나가는건 짠하면서 무섭다. 특히나 사업적으로 입지좋은곳에 오픈하는 큰 가게들이 아닌, 작은 골목에 들어앉은 가게들은 지날때는 더 그렇다. 실패라는게 어떤 상태인지, 아버지를 통해서 보아왔기 때문에 더욱 공감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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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