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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썰물이 오면 알몸인 사람이 드러난다.
    달을파는아이 2013. 2. 22. 08:28



    설날 이었다. 항상 밝아 보였던 숙모님을 집으로 모셔다 드렸다. 감기기운에 힘이 없어 보였다. 모셔다드리는 차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던중에 “나이가 들었나 보다. 요즘 재미있는게 없다.” 는 말에 움찔했다. 이런말 하시는 분이 아닌데.. 차창밖으로 보이는 아파트들을 봤다. 그 위에 크레인들이 줄지어 서있다. 저 아파트들이 이제 꿈과 희망이 아니라, 절망의 감옥처럼 보였다.



    숙모님은 몇년동안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를 했다. 일을 하면서 하던 공부라 쉽지는 않았다. 몇번의 고배끝에 합격을 했다. 2,3년전의 일이다. 그때만해도 아직은 부동산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었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큰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직원으로 들어가셨다. 그 동네에 신도시라서 수요가 많았다. 직원으로 몇년일하고 독립하려는 생각이었다. 어렵게 딴 자격증을 활용해서 전보다는 넉넉하게 사는 희망이 있었다. 시대의 운은 숙모님을 관통하고 있었다. 



    임대료를 못내는 공인중개사무실


    잘나가던 공인중개사무소는 임대료를 낼 수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당연히 직원이었던 숙모님은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공인 중개사사무실도 마찬가지였다. 힘들게 딴 자격증을 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공인중개사를 하면서 새 아파트를 하나 분양받았다. 오래살던 주택에서 벗어나 드디어 아파트로 들어설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결국 입주가 허락되지 않았다. 빚을 낼 형편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분양보증금을 포기했다. 숙모님 판단에 빚을 지고 들어가도 아파트가 오를 기미는 없고, 그 빚을 갚을 여력도 없었다. 



    유령도시


    숙모님이 있던 곳은 지금도 아파트가 지어져 올라가고 있다. 한 두개가 아니다. 이미 지어지고 분양중인 곳도 수십십동이다. 지나가다 보면, 이 동네 부동산은 사정이 좋구나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같다. 내눈에는 전부 빈 껍데기에 빚으로 쌓은 모래성으로 보인다. 유령도시로 변하는 상상을 하게된다. 거대한 아파트들만 즐비한 .. 가끔 망상에 사로잡혀 겁을 먹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많은 아파트에 사람들이 다 들어 찰 것같지가 않다. 



    썰물이 오면 알몸이 드러난다


    밀물일때는 모두 물속에 있어서 모르지만, 썰물이 오면 누가 알몸인지 만천하에 들어난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거품속에서 헤엄칠때는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거품이 빠지면 그 행복의 실체가 들어난다. 신기루를 보며 즐거워 했는지, 진짜를 보고 즐거워 했는지 알게된다. 모두가 거품에 있을 때는 다 같아 보인다. 내 분수에 맞게 살고 있었던것인지, 그냥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던것인었는지는 거품이 꺼져야 알 수있다. 한 때는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의 말끔한 옷차림을 보게 된다. 반대로 형편없는 몸매의 알몸으로 서있는 자신도 보게 된다. 정작 비웃음을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었음에 부끄러워진다. 문제는 부끄러워도 도망갈 곳이 없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생산인구 최정점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본과 미국의 부동산 버블이 터진 시기는 생산인구비중이 최정점을 찍은 다음해였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이 말은 버블을 버티고 있던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1년만에 사라졌을 수는 없을테고,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로 부동산 거래가 한순간 올스톱되었다고 보는게 맞을 것같다. 거품이라는것은 계속 호구들이 들어와야 한다. 일종의 다단계와 같다. 자기 밑으로 계속 판매원이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언젠가는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그 종말의 폭탄을 누가 손에 쥐게 되는지가 이 게임의 핵심이다. 


    우리나라의 생산인구 최정점이 언제일까? 바로 작년 2012년이었다. 이제 돈을 버는 사람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말은 여러가지를 말해준다. 생산인구감소로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국가는 버틸려고 이상한 세금을 만들어 부과할지도 모르겠다. 세금이 줄면, 공공기관은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철밥통에 금가는 소리가 벌써들리는 것같다. 돈버는 사람들이 줄고, 정작 쓸돈도 없어진다. 물가는 더욱 오를테고, 세금도 오른다. 여기에 노인들이 급증하기 때문에 부양하는 돈도 더 많아진다. 시중에 돈이 사라지면서 버블은 꺼질 수 밖에 없다. 단지, 아무도 모르는건 도데체 몇월 몇일이라는 것이다. 


    최진기 샘의 버블사를 보면, 버블은 서서히 오지 않는다. 그냥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 어제까지만해도 거래되던 부동산들이 그 다음날 0가 된다. 그렇게 터진다. 그날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풍선을 계속 불면 언젠가는 터지는것을 알지만, 언제 터지는지는 아무도 모르는것처럼..



    대한민국은 버텨내겠지만..


    역사는 어떻게든 이어진다. 어떤 말도 안되는 일이 있어도 이어진다. 대한민국도 버블의 타격을 이겨낼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덩어리가 이겨내는것과 "내"가 이겨내는것은 별개의 문제다. 1000명의 죽음은 통계지만, 1명의 죽음은 비극이라는 말을 곱씹어 봐야 한다. 비행기가 추락해서 몇백명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는것과 그 비행기안에 친한 친구가 타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버블을 이야기 할때 딴사람들 이야기 처럼 말하지만, 그 속에는 내 친한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은 버텨내겠지만, 그 속의 내 사람들은 버텨낼수 있을까? 썰물이 오고 알몸이라고 약올릴 수 있을까?  윗옷이라도 벗어 가려 줄 수 있는 여유가 내게 있기를 바래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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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