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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주는 철조망에 갇혔음을 알아버린 호랑이머니머신 2012. 9. 14. 08:16
내 주위로 철조망을 친다. 위험다거나 꺼려지는 일들로 부터 내가 상처입는것을 보호한다. 안전하다. 위험하지 않다. 나를 위협하는 사람들은 멀어지고, 평화로운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그렇다고 믿었다. 내가 만든 철조망에 갇힌것을 깨닫기 전에는.. 사실은 난 감옥에 앉아 시간을 떼우고 있을 뿐이었다.
아침 9시 출근 저녁6시쯤 퇴근. 시간의 감옥.
함께하는 동료들과 부족하지 않은 일거리. 공간의 감옥.
매달 당연히 나올꺼라 믿는 월급. 먹이의 감옥.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고 뛰어가는 안전.안정.안락이 사실은 감옥이었다. 기지개한번 시원하게 켜지 못하는 감옥속에서 평화를 느끼고 있었다. 같은 감옥속의 다른 사람들도 해맑아 보였기 때문에, 여기가 감옥인지 알지 못했다. 철조망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도, 철조망 밖에 대한 궁금함도 전혀 없었다. 여기가 세상의 전부이고, 여기가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 여기가 세상에서 가장 익숙하다.
차라리 모르고 있을껄. 주어진 일만 하면 되었던 시간과 앉아 있기만 하면 되었던 의자, 받아 먹기만 하면 되었던 월급. 모든것에 불편해졌다. 문뜩 문뜩 가슴이 조여온다. 감옥속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하기 싫고 부질없어진다. 머리속의 혈액은 이동을 멈추고 텅빈 소리를 낸다. 텅빈 공간에는 메아리처럼, "왜 여기 이 시간에 이 의자에 앉아 있는가?" 라는 질문만 자리를 옮겨 울린다.
동물원밖에서 던져주는 하림생닭을 덥썩 무는 호랑이. 호랑이도 사람도 갇혀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호랑이와 내가 다른건, 나는 내가 스스로 철조망안으로 기어 들어갔다는 점이다. 들어가긴 쉬워도 나오긴 어렵다. 철조망을 당장에 헤치고 나오는건 무척이나 용기가 필요하다. 알고 있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거리는 우주만큼 길다. 다시 초원을 어슬렁 거리는 호랑이가 될 수 있을까? 내 인생 한번도 야생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내 유전자의 속삭임을 눈치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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