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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와의 전쟁, 살아남는 놈이 강한놈이야. 결국 ..
    달을파는아이 2012. 4. 18. 14:54





    30초마다 최민식의 연기가 폭팔한다는 범죄와의 전쟁. 극장에 가서 보고 싶었지만, 집사람이 만삭이라 , 집에서 3500원에 봤다. 별 감흥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마지막 하정우의 대사가 많은 잡생각을 하게 만든다. 늙어버린 최민식을 으스스 따라오는 카메라. 그리고 “대부님” 이라는 하정우의 목소리. 엔딩자막.

     

    감독이 영화 "대부"의 광팬이란다. 마지막 최민식에게, 그것도 하정우의 목소리로 속삭이는 “대부”라는 말은 어떤 의미로 넣었던걸까? 감독의 머리속에 들어갈수가 없어 모르겠다. 그냥 나에게는 강한놈 하정우가 살아 남는게 아니라, 살아남은 놈 최민식이 강하다는 말로 들렸다. 진정한 대부는 최민식이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살아남기 위해 쳤던 몸부림을 조금이라도 인정하고 존경한다는게 아닐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존경심.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느끼는건, 살아 남은 모든 어른들에 대한 존경심이다. 위대하고 훌륭한 일을 한것에 대한 존경심과는 다르다. 단지 살아 남았다는것.거기에 대한 존경심이다. 그만큼 하루 하루 살아가기가 힘들다는것을 알아 가는것이다. 와.. 우리 아버지도 이렇게나 힘들었던거야? 대단해.


    자식에게는 비굴함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어떤 비굴함도 마다 하지 않는다. 그 길이 비난받고 지탄받고 조롱받을수도 있겠지만.. 결국 살아 남았고 나를 살아 남게 했다는 것에 대한 존경심이다.



    책으로는 알수없는 수많은 경험들


    사람은 겪지 않고는 알수 없는것들이 너무 많다. 책을 수만권을 읽어도 알수없는게 많다. 얼마전에 딸을 얻었다. 이상한 기분이다. 식상한 표현으로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고 하지만, 그런 기분이다. 단지 워딩으로써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는 의미와 실제 내 아이를 보면서 몸으로 느끼는 의미는 지금에야 다르다는것을 안다. 세상에는 그런것들이 너무 많다.


    집사람이 양수가 터져 병원에 24시간 누워 있었다. 자연분만이 좋다고 해서 오기로 버텼다. 그러다 기절을 하는 바람에 버틴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수술을 하고 아기를 낳았다. 드라마에서 수술실을 방황하는 사람들을 보는것과 직접 수술실을 방황하는것은 완전 다르다. 수술이 잘되었다는 이야기를 의사로 부터 듣었을때 안도감의 무게도 완전히 다르다. 


    집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마취에서 깨어났다. 아직 덜풀린 마취에 힘없는 목소리. 첫마디가 “큰별이는” 였다. 바로 하루전까지만 해도 그냥 여자였던 사람이 언제부터 엄마였다고 .. 그 정신없고 힘들었던 시간후에 겨우 깨어나서 하는 첫마디가 애기 이름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짠하던지 나도 눈물이 나왔다. 집사람도 말로만 듣던 엄마를 몸으로 느끼고 경험하기 시작한다.



    같은 세대에 대한 위로


    경험은 그런것이다. 살아 남는다는것은 그런것이다. 직접 그 상황에서 겪지 않으면 모르는것들이 너무 많다. 섣불리 판단할수가 없는 것들이다.


    아프리카에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의 마음과 그것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단식을 10일해서 배고픔을 안다고 해도, 정말 먹을것이 없어서 굶는것과는 다르다. 서민을 위한다는 부자정치인의 말도 믿을 수가 없다. 나라를 잘 살리겠다는 가난한 정치인의 말도 믿을 수가 없다. 가난적이 없었고, 돈을 벌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MB의 악행에 화가 나고, 나이 든 사람들이 새나라당을 지지하는것에 어이가 없다. 나이든 사람들은 그들과 함께 살아 남은 새대의 사람들에 공감대가 있다. 살아 남았다. 살아 남았다는것을 강한것이고, 강한것에 대한 동경이다. 같이 살아 남았다는 자부심이다. 그들을 지지하는것은 같은 세대에 대한 위로다. 젊은 사람들은 몸으로 이해할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것이다. 반대로 나이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의 시대적 고통을 이해할 수가 없다. 젊은 사람들은 이제 살아남고 있는 중이다. 그들만의 공감대 속에서 위로한다. 



    건달과 일반인 그리고 반달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가 최민식에서 속삭이듯, 나이든 사람들은 MB와 박근혜에게 “대부”라고 말하고 싶은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비굴하든, 나쁘든 상관없다. 살아남은 놈이 강한놈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공감과 위로가 있다. 그 만큼 옛시대는 살아 남는것조차 힘든 세대였을지도 모른다. 지금 시대에는 살아 남는것에 대한 관심을 많이 줄었다. 왠만해서는 살아 남기 때문이다. 대신 정의롭게 살아남는것에 대한 관심이 크다. 트위터에서는 정의로움을 물결이다. 김구라의 말 한마디가 정의로움의 칼에 쓰려진다. 임산부의 발을 배로 찼다는 말에 종업원이 정의로움의 단두대에 올라섰다. 


    정의로움 .. 1과 0의 명확한 이분법으로 옳고 그름이 있을까? 1과 0사이에는 수많은 숫자들이 존재한다. 경험하지 않으면 안으면 알 수없는 숫자들. 최민식의 삶을 정치인 로비꾼이라는 한마디로 말할수가 없는것과 같다. 1과0. 건달과 일반인. 사이에는 수많은 반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기는 이야기가 있고, 단순히 판단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각도가 애매한 사진한장. 기자가 날려쓴 단 한줄의 기사제목.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경험들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듣지 않고 판단하고 욕을 날린다. 


    최민식의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2시간 듣고 나면, 최민식을 무조건 나쁜놈이라고 매도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정의로움은 어쩌면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판사가 망치로 땅땅땅 내려치고 "넌 이제 부터 죄인" 이라고 할 수 없는 정의로움이 너무나도 많다. 


    범죄와의 전쟁 감독은 세상에 나쁜놈과 착한놈을 양분하는 정의로움을 없다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범조의와의 전쟁의 부제가 "나쁜놈들의 전성시대"다. 나쁜놈들의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은 나쁘다고 말할수 있을까? 라고 묻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앞선 세대의 반달들이 살아 남았다는것 자체만으로 존경한다고 표현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ps. 


    아이를 낳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고 경험한다. 

    점점 더 겸손해져야 겠다. 세상은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안다고 할수 없는것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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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