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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서운 그림,호로페르네스 목을 자르는 유딧을 보고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달을파는아이 2008. 12. 6. 13:23

     

    그림 출처 : http://cgfa.sunsite.dk/ 

     

    너무나도 끔찍하고 사실적인 그림이다. 아무리 건장한 남자라도 저렇게 이를 꽉문 여자둘이 누르고 찌르면 벗어나지 못할것같다.

    유딧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여걸이다. 우리나라 논개처럼 적장을 죽인 사람이다. 그렇다고 유딧을 이렇게 리얼하게 묘사한 그림은 이 그림이 처음이다. 보통은 일을 치르기 전이나 일을 치르고 난뒤의 상황을 그린다. 저 그림처럼 현재진행형의 유딧그림은 거의 없다. 그것도 너무나도 리얼하게...  그리고 저렇게 안이쁜 여자가..

    저 그림은 "아르테미시아 젠틀리스키" 라는 여자가 그린그림이다. 17세기 살던 사람이다. 17세기에 여자가 그림을 그렸을거란 상상도 못했다.

    이 그림을 아르테미시아에게 의뢰한 사람은 여자에게 부탁하면 더 이쁘고 더 아름다운 유딧을 볼수 있을거라 생각했던것같다. 아르테미시아는 보란듯이 저런 그림으로 응답했다. 의뢰자가 얼마나 기겁을 했을지 상상이 간다. 그런 의미에서 아르테미시아는 페미니즘쪽에서도 유명한가보다.

     

    이 그림은 "무서운그림 ,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 이야기" 라는 책에서 처음봤다. 이 책에서 내가 애초에 얻고 싶었던건' "뒷이야기" 였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으면서 무척이나 빠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 관심이 '그림" 으로 맞춰졌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워 하는 두가지가 있다. 바로 클래식과 명화다. 지겹기만한 클래식과 봐도 이 그림이 왜 좋은지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3살짜리 아기가 붓으로 날겨그린 그림이 몇억을 호가하며 팔린뒤 뒤늦게 아기가 낙서한것을 알고 난리가 난경우를 보면  우스워보인다.고상한척 그림이나 감상하는 작태들이 못마땅하고 비웃고 싶어진다.

    하지만 , 무서운 그림이라는 책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림에 엮인 이야기를 듣고 다시 그림을 보면 달라보인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생각한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고호를 안다. 고호의 기묘한 그림들을 한번쯤 본적이 있다. 하지만 그 그림이 왜 좋은지 감동인지 알수 없다.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화가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 사람들이 그린 그림은 몇천,몇억점이 될것이다. 그 수많은 그림중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그림들이 명화다. 명화하나만 보고 있으면 대단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비슷한 주제, 비슷한 이야기, 비슷한 연대의 수많은 그림과 같이 놓고 보면 확연히 들어난다.

    이쁜 연예인은 많다. 각각 한명씩 보면 다 개성적이고 이쁘다. 하지만 , 이쁜 두명이라도 같은 자리에 두고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누가 보아도 한명이 더 이뻐보인다. 영화를 많이 본사람은 영화를 보면 쉽게 좋은 영화인지 아닌지를 안다.

    명화나 클래식이나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접근하기 어렵다고 느껴지지만 , 클래식은 과거의 대중음악이었고, 명화는 과거의 영화였다.

     

    무서운 그림이라는 책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나온다. 그중에서 저 그림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영화로, 사진으로 아무리 재현해서 찍는다고 해서 저기서 흐르는 긴장감을 표현할수 있을까? 뼈가 쓸리는 소리까지 들리는것같은 현장감을 느낄수 있을까?

     

    "명화를 보는 눈" 이라는 책을 더 구입해버렸다. 그림에 대한 좀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보면서 , 역을 지나칠뻔한적이 많다. 책에 조그만하게 인쇄된 그림이 아니라 실물로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가슴속에서 인다.

    우연인지 무서운 그림과 같이 읽고 있던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이라는 책의 맨 마지막 장에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집어 들고 이를 악물고 읽어도 좋다" 라는 구절이 나왔다. 바로 주문했다. 어제 책이 도착했는데, 정말 이를 악물어야 할것같다. 엄청난 두께다. 그런데 왠지 설레인다.

     

    항상 그림이 그리고 싶었다. 재능이 있는건 아니지만, 수업시간에 공책에 낙서를 하는게 좋았다. 시험기간에 공부를 하다 잠시 쉬는 시간에 낙서를 하다가 날을 센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에게 그림을 그린다는건 초몰입을 할수 있는 몇안되는것중에 하나다. 내년엔 그림을 배우고 싶어졌다. 간단한 스케치라도 배우고 싶다. 정말 꼭 배우고 싶다.

     

    얼마전에 본글중에 대기업에서 초고속 승진만 하던 부사장이 암에 걸렸다는게 있었는데 ,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 부사장은 고등학교때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공부를 무척이나 잘했던 그를 주위사람들은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대학을 들어가면서 그림과의 인연을 끊었다. 자기도 뛰어난 머리로 고속승진하며 발전해 나가는게 즐겁다고 생각했다.

    가끔 왜 이렇게 바쁘게 살까? 내가 과연 행복한걸까? 라는 회의가 들때면 그림이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부사장취임을 앞두고 암에 걸렸다는 하늘무너지는 소릴 듣게 되었다. 살날이 얼마남지 않은 그에게 가장 후회되는일은 그림을 그리지 못한 일이다.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것보다 남들이 해줬으면 하는일에 평생을 바쳤다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다시 일어나면 , 모든걸 때려치우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 하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었다.

     

    나도 더 늦기 전에 시작할수 있을까? 거창한 대작 화가가 되고 싶은게 아니다. 그냥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것뿐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 가는지 모르는 몰입을 경험하는게 좋다. 남들보다 자기혼자 만족해하는 시간이 좋다. 2009년엔 더 늦기전에 배워야 겠다.




    무서운 그림 - 8점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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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