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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스쳐지나가세요.달을파는아이 2012. 8. 2. 00:37
사포로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부드러운 넘김은 목구멍과 맥주액 사이에 강력한 벽이 만든다. 서로가 서로를 외면하고, 스쳐지나간다.
길 가는 사람들은 부드럽게 지나간다. 그들과 나 사이에는 벽이 있다. 에반게리온의 AT필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 사람과 사람을 가르는 예의바름. 그 벽은 개인이 살아 가기 부드러운 세상을 만든다. 그 벽에 끼고 사람들은 스쳐지나간다.
개인을 보호하는 벽은 개인을 갇히게 만든다. 외롭게 만든다. 벽에 비친 웃는 얼굴. 벽뒤에 숨은 두려움과 외로움의 일그러진 얼굴. 어쩌면 사람들은 부드러운것을 말하며, 거친 마찰을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두려움이 귀찮음의 이불을 덮어쓰고 예의를 내세운다. 그 대가는 외로움이다.
넓은 들판에 혼자 서있는것보다 번잡한 백화점에 서있는것이 더 외롭다. 넓은 들판에서는 내 벽이 필요없지만, 백화점에서는 방어해야할 벽들이 너무 많다. 내 벽도 점점 두꺼워져 안으로 안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사포로 맥주 한캔이 바닥났다. 맥주액과 내 목구멍 사이의 부드러움도 이제는 필요가 없어지고, 둘다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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