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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도에 버려진 의자, 깨진창문이론을 내눈으로 직접 보면서..
    달을파는아이 2012. 2. 17. 08:48


    누군가가 의자를 버렸다. 아파트 복도에 버렸다. 
    그 일이 있은 몇일후 냄비가 버려졌다.
    그리고 담배가 버려졌다.




    깨진창문 이론

    “깨진창문” 이론이라는게 있다. 멀쩡한 건물에 작은 창문하나가 깨져있으면, 얼마후 건물전체가 엉망이 된는 이론이다. 이 이론으로 난장판이었던 80년대 뉴욕이 아름다운 도시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이론은 책임감과 관련있다. 사람은 자기책임이 아닐때 큰 생각없이 행동한다. 책임은 쉽게 남에게 전가한다. 처음 의자를 버릴 수도 있다. 의도적이었다기보다 실수로 보인다. 실수든 의도든 그 사람은 원죄적 책임을 가진다. 문제는 그 다음 사람들이다. 다음 사람들은 쉽게 책임을 "의자를 버린사람"에 씌운다. 자기가 버린 냄비와 담배는 “의자가 버려져있길래, 다른 물건도 버려도 되는줄 알았다” 는 핑계를 만든다. 이 핑계는 자기책임이라는 마음의 짐을 던져버리고, "의자를 버린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경고문구 

    얼마후 쓰레기 위에 경고문구가 붙었다. 버린 사람 찾는 경고문구다. 관리소에서는 이 경고문구를 본 범인들이 죄를 늬우치고 쓰레기들을 버릴 것으로 기대한다. 기대와는 달리 경구문구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이 경고문구가 강력하면 할 수록 역효과는 커진다. 작은 실수가 큰죄로 승격되는 순간이다. 큰죄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큰 책임은 사람들이 참 피하고 싶어한다. 의자를 버린사람은 더더욱 숨어버리고, 냄비를 버린 사람도 숨어버린다. 담배를 버린사람도 숨는다. 셋중 누구하나가 나타나는 순간, 그 사람은 의자,냄비,담배 모두를 버렸다는 시선을 받는다. 부담이 엄청나게 커졌다. 

    매일 아침,저녁 불편한 마음으로 쓰레기를 봐야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가 버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불편하다. 처음에는 아파트를 청소하는 사람이 버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냄비와 담배까지 버려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쓰레기 더미가 될것같다. 저녁에 돌아오면서, 그냥 내가 버려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경고문구가 붙어있다. 이제는 나도 버릴수가 없다. 누명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나름 착한일을 하고자 했지만 나설수가 없다. 누군가가 나서서 해결하길 기다리는수밖에 없다. 아침,저녁 지나면서 쌓인 쓰레기를 보는것은 고역이다.


    쓰레기를 버려야하는 사람

    이 일의 책임은 “의자를 버린사람” 이다. 냄비가 버려지기 전에, “의자를 버린사람”이 실수를 인정하고 버렸으면 사건은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을것이다. “의자를 버린사람”이 손쓰기 전이었는지, 혹은 이사를 가버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냄비가 버려졌다. “냄비를 버린사람”은 책임을 “의자를 버린사람”에게 미룬다. 마음의 짐이 있지도 않다. 뒤를 따라 “담배를 버린사람”이 나타나지만, 그 사람도 마음의 짐이 없긴 마찬가지다. 무작정 “의자를 버린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쓰레기는 쌓여만 간다. 

    이쯤에서 관리사무소에서 나선다. 관리자는 쓰레기를 보고 처리를 고민했을것이다. 버릴것인가? 버린사람을 찾을것인가? 버릴까도 생각해봤을 것이다. 관리비를 내는 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버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버릴 경우 닥쳐올 상황이 싫었을 것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복도에 쓰레기를 버릴거라는 상상이 든다. 지금 하는 일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이 추가된다. 월급은 그대로다. 결국 관리자는 범인을 찾는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경고문을 쓰면서 더욱 강력하게 쓰기위해 노력한다. 강력하게 쓰면 쓸수록 범인을 잡기는 어렵다는것을 모르고.. 


    이렇게 한달이 지났다. 

    담배 옆에는 3가치의 담배가 더 생겼다. 수도꼭지에 달았음직한 짧고 파란 호스도 등장했다. 분홍색 플라스틱 소쿠리도 냄비위에 올려졌다. 더 강력한 경고문구가 하나더 붙었다. 처음 경고문구가 적힌 A4용지의 한쪽끝이 말려올라갔다. A4용지 한쪽 모퉁이에 “여기가 쓰레기장이야 18” 이라는 볼펜글씨가 적혀있다. (쓰레기 앞에 사는 내가 적은것같아 , 또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적은게 아니다.) 

    그후?

    어떻게 됬는지 모른다. 15일후 이사를 나왔기 때문이다. 사진을 뒤지다가, 그때 찍은 사진을 보고 궁금해졌다. 그 쓰레기는 치워졌을까? 아직도 쌓이고 있을까? 치웠다면 누가 치웠을까? “의자를 버린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ps . 
    깨져버린 4대강은 이제 누가 책임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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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