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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에서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밀레의 그림 , 사신과 나무꾼.
    달을파는아이 2010. 8. 5. 13:18

    삶이 주된 목적인것처럼 살아가다가도 죽음을 피할수 없다는것을 문뜩 깨닫는다. 언제고 나는 죽을수 있다는 자각이 시작되면 모든게 허무해지고 부질 없어진다. 끝을 알 수 없는 우울에 빠진다. 모든 조명은 삶을 비추지만, 결국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것은 죽음이다. 인간의 삶이란 주연을 그림자속에 가려둔체 조연들이 뛰어노는것일까?  

    밀레는 농촌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화가다. 하루 농사일을 마치고 교회종소리에 맞춰 기도를 올리는 "만종"과 허리를 숙이고 이삭을 줍는 모습을 담은 "이삭줍기"가 유명하다. 따뜻하고 정겨운 농촌그림들 때문에 밀레는 왠지 푸근한 농촌 아저씨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밀레 사진을 보면 완전 딴판이다. 그 밀레가 그린 그림중에 "사신과 나무꾼"이라는 그림이 있다. 죽음에 대한 밀레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그림이다. 대부분의 죽음은 예상치 못한곳에서 찾아든다. 밀레는 그림에서 잔인할 만큼 직설적으로 그 사실을 말해준다. 

    배경은 여전히 농촌이지만, 뭔가가 다르다. 사실적이지만 전혀 사실적이지가 않다.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앉아 있는 나무꾼의 목을 잡고 끌어 당긴다. 날이 긴 낫을 들고 있는것으로 봐서 이 하얀옷의 남자는 사신이다. 검은옷을 입고 갓을 쓴 우리나라 저승사자처럼 사신은 사람을 죽음으로 이끈다.

    엉덩이 부분에 볼록 나온 엉치뼈와 가느다란 팔다리는 시체를 떠오르게한다.사신의 몸에서 죽으면  말라비틀어질 육체가 보인다. 사신의 왼손에는 모레시계가 들려있다. 이미 모래는 아래로 다 떨어졌다. 시간이 다 됬다. 모래시계에는 날개가 달려있다. 시간은 순식간에 날아가 순식간에 죽음까지 이른다.

    우리나라 저승사자들은 까만옷을 입고 사람의 임종을 기다린다. 죽은 사람 눈에만 보인다는 저승사자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예의바르다. 죽을 사람의 목숨이 끊어질때까지 차분히 기다린다. 사람이 죽고 영혼이 몸과 분리되면 위로하듯 함께 저승으로 동행한다.

    반면 밀레의 그림에서 사신은 상당히 성급하다. 계획에 없었던 죽음인듯이 걸어가면서 나무꾼을 잡아 끈다. 왠지 사신이 그날 짜증나는 일이 있어서 화풀이라도 하는걸까?  사신이 고개를 돌렸지만 농부의 뒤통수만 보일뿐이다. 누군지도 확인하지 않고 잡아 끄는 사신의 행동에서 죽음에 대한 진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무꾼은 큰 나무짐을 옆에 두고 앉아 있다. 팔과 다리의 모양으로 봐서 고단한 몸을 나무짐에 기대고 있었다. 얼굴을 파묻고 하루종일 일해서 가져온 나무들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잠깐의 휴식동안 죽음이 찾아왔다.

    오른쪽 담 넘어 집이 보인다. 조금만 더 가면 집인데 길에서 잠시 쉰 죄로 농부는 죽는다. 집에서는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이 길에서 죽고 있다는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전혀 알지 못해 안타까워도 죽음은 쿨하게 진행된다.

    나무꾼에게 하루종일 나무를 캐고 나무짐을 짊어지는것은 일상이다. 마찬가지로 사신도 사람을 죽음으로 이끄는것이 일상일뿐이다. 사신에게 죽음은 눈감고도 할수 있는 일상적인 일일뿐이다. 

    죽음이란 이렇게 일상적이다. 진지하지도 무겁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농부가 나무를 하듯이 내가 키보드를 두두리듯이 가수가 노래를 하듯이 일상적이다. 하루 하루가 의미없이 노동으로 지나가고 시간은 날개를 단듯이 날아가버린다. 죽음은 문밖에서 헛기침을 하지 않는다. 사신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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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