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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자의 천국 PC방에서 조차 쫓겨나는 담배
    달을파는아이 2010. 7. 16. 08:22

    출장을 가면 긴급히 PC방을 들어가야할때가 생긴다. 한번은 거제에 있는 PC방에 들어갔다. PC방에 자욱한 담배연기의 고통을 알기에 되도록 새로 생겼거나 깔끔해보이는 곳으로 간다. 금연석임을 살피고 흡연석과 되도록 먼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참을 긴급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초 집중모드인 나의 코에 야릿한 냄새와 함께 머리를 곤두서게하는 자극이 전해졌다. 담배다.

    고개를 멀리 돌릴 필요도 없었다. 두 블럭뒤의 "금연석"에서 버젓이 담배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더 짜증나는건 흡연석에도 자리가 텅텅비어 있다는 점이다. 이때쯤 되면 담배의 문제는 예의의 문제로 넘어간다. 머리속이 복잡해지고 흡연자를 싸잡아 욕하게 된다. 흡연자 = 예의없는 것들. 공식이 머리에 들어서면 혼자서 마음의 갈등을 시작한다.

    가서 금연석이라고 말할까? 종업원을 살짝 불러 말할까? 그냥 일빨리 끝내고 나갈까? 참을까? 무시할까? 입을 가릴까? 언제나 결론은 일단 참고 빨리 일끝내고 PC방을 나가자이다.


    언젠가 부터 담배연기와 냄새에 과도하게 민감해졌다. 담배에 민감해졌다기 보다 흡연자의 예의에 민감해졌다고 하는게 맞다. 술자리에 친구들과 직장동료들과 어울릴때는 담배연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히려 술집에서 낮게 깔린 담배연기가 훨씬 양도 많고 매케하다. 그래도 화가 나거나 가슴에 열불이 나진 않는다. 문제는 담배연기가 있지 않아야 할곳이나 있지 않았으면 하는곳에서 피어오를때다.

    상쾌하게 아침출근하는데 바로 앞에서 담배연기를 맞을때, 남자만 일하는 사무실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는 상사를 볼때, 식당에서 점심먹는데 문바로 앞에 서있는 사람의 담배연기가 실내로 들어올때, 칸막이만 있는 PC의 흡연석에서 금연석으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담배연기를 맞을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연기가 자욱할때, 머리위로 담배꽁초가 떨어질때..

    흡연자들은 무심코하는 행동이지만 비흡연자들에게는 과도하게 민감하게 한다. 얼마전에 담배연기에 울컥해서 가스총을 쐈다는 기사가 있었다. 흡연자들은 담배하나에 너무 과민한 반응이라고 하지만, 비흡연자인 나는 이해한다. 저 사람이 가스총을 쏜 건 담배연기때문이 아니다. 흡연자의 예의때문이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 가스총을 들게 만든건 "나를 무시하고 계속 담배를 피는 흡연자의 태도"다.


    피시방에서 담배를 아예 금지시킨다고 한다. PC방에서 연신 담배를 피는것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조치가 아닐까 한다. 댓글에 이미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옛말에 있을 때 잘하는 말이 있다. 있으나 마나는 칸막이로 눈가리고 아웅식의 금연석을 만들었고, 그나마 있는 흡연석에 자리가 모자란다고 금연석에서 담배를 폈다. 정부 입장에서는 PC방을 아예 완전 흡연석으로 바꿀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완전 금연석으로 만들 수 밖에 없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착한 정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는다.

    PC방 업주들은 이번 금지조치로 안그래도 어려운 PC방 업계에 직격탄이라고 걱정한다. 이건 업주들의 착각이다. PC방에 앉아 있는 사람 대부분이 흡연자라서 PC방의 고객이 흡연자뿐이라는 착각이다. 오히려 흡연자들이 점령한 PC방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고객들도 엄청나게 많다. 이 세상에 흡연자만 게임하고 흡연자만 컴퓨터를 쓰는건 아니다. 청정한 PC방이 되면 없던 고객들이 늘어날게 뻔하다. 그렇다고 흡연자들이 PC방에 오지 않을까? 천만에다. 흡연자들이 담배필곳이 없어서 PC방에 오는건 아니기때문이다. 결국 게임하러 PC쓰러 온다. 결국 손님이 줄기보다 늘 수 밖에 없다.


    점점 설곳이 없어져 외롭게 느껴지는 흡연자들이다. 그 설곳은 점점 줄어들수 밖에 없다. 법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는 왕 꼴초라도 법은 그렇게 만들지 못한다. 힘을 가진 그들이 할 마음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대마초처럼 마약으로 분류되는 일은 없겠지만, 분위기는 계속 그렇게 될게 뻔하다. 흡연자들이 살아 남는 방법은 두가지뿐이다. 담배를 끊던가, 흡연자의 힘을 집결해서 흡연자를 대변할 정치인을 내세우는 일이다. 둘다 참 어려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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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