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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사람은 야구 안보면 안되나?
    달을파는아이 2009. 9. 30. 01:37

    가을에도 야구 좀 해보자고 그렇게 떠들더니 , 작년에 이어 올해도 롯데가 가을에 야구한다. 오늘 1차전을 했다. 작년과 같이 어이없진 않을 모양이다. 7:2로 승리했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서 2009년에 롯데가 우승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난 야구를 별로 안좋아한다. 안좋아한다기 보다 관심이 없다. 사실 스포츠에 관심없다는게 맞는 말이겠다. 스포츠라고 해봐야 4년마다 한번 열리는 월드컵이 관심에 전부다. 월드컵이라고 해봐야 2002년에 열광한것외엔 또 그다지 열광해본적도 없다. 사실 2002년이야 축구룰도 모르는 아낙네들까지 열광했으니, 내가 열광한건 꼭 축구에 열광한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여튼, 난 부산사람이지만 야구에 관심없다. 오늘 1차전이 한다면서 회사사람들이 흥분해 있을때도 “오늘 지하철에 사람은 별로없어서 좋겠다” 정도 생각했다. 다른 지방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부산에서는 남자라면 야구를 좋아해야하고, 무조건 롯데팬이어야 한다. 아니, 부산남자라면 당연히 야구를 좋아하고 롯데팬이라고 밑바탕을 깔고 시작한다.

    그래서 야구이야기가 시작되고 알지도 못하는 선수이름들이 획획 날아다닐때면 따분하기 그지없다. 지루해하는 나를 보면 그들도 기운빠지고, 별 시덥잖은 이야기에 흥분하는 그들을 보면 나도 기운빠진다.

    싸잡아서 일반화하긴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렇다. 만나서 하는 이야기가 비슷비슷하다. 너와 내가 만났는데, 둘다 아는 이야기를 한다. “너 이거 봤냐?” “응” “재밌지?” “어~ 재밌더라” 이게 우리들이 하는 일상대화의 전부다. 남이 해본건 나도 해봐야한다. 남들이 안해본건 나도 안한다. 너도 해보고 나도 해본걸 만나서 이야기를 하려니 지루하다. 새로운게 없다.

    1000만이 넘은 “해운대”는 너도 보고 나도 보고 전부다 본다. 만나봐야 해운대에 나오는 누가 어쨌더라 저쨌더라가 다다. 조금 정보에 밝은 애들은 인터넷에서 눈팅한 해운대 관련 가쉽기사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 기사거리도 네이버메인에 있던 기사일뿐이다. 네이버메인에 있단 소리는 개나소나 다 아는 이야기란 말이다. 똑같은걸 보고 만나서 똑같은걸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낸다.

    책도 베스트셀러 자기개발서만 읽는다. 책제목과 저자만 달라졌지, 작년에 했던 이야기 , 재작년에도 했던 이야기가 식상해 미칠정도로 반복된다. 나도 보고 너도  보고 제주도의 김과장도 본 그 책에 감동한다. 남들이 모르는 세상의 진리를 드디어 손에 넣은듯이 뿌듯하다. 결국 나도 하고 너도 하고 제주도의 김과장도 하는 방법으로 성공을 장담한다. 제주도 하루방이 이틀방이 될정도로 썰렁하다.

    야구도 재미있고, 영화도 재미있고, 책도 재미있다. 같은걸 보고 공감하고 즐기는걸 뭐라고 할 자신은 없다. 나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라는게 미칠노릇이다. 벗어나고 싶은데, 안된다는게 돌아버릴지경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지루해진다. 왜 일까? 하루를 보내는 24시간 동안 나는 쏙 빠져있다. 하루종일 눈이 벌게 가면서 보는 뉴스기사나 TV,영화 어디에도 내 이야기는 없다. 사람은 자기이야기 할때가 가장 신나고 즐겁다. 그런데 내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하루가 지루한 건 당연하다. 어떨때는 너무 지루해서 가슴에 심장이 뛰고는 있는건지 의심이 들때도 있다. 가슴한켠이 시원~하다.

    그 뻥 뚫리고 공허한 가슴에 자꾸 남의 이야기를 쓸어 담는다. 롯데가 이기면 내가 이긴것같고, 내가 본 영화주인공이 사랑에 골인하면 내가 행복해지는것같고, 책의 저자가 성공한 삶을 떠들면 내가 성공한것같다. 다 착각이다. 그런 남의 이야기로는 내 텅빈 가슴을 채울 수 없다. 아들이 잘되면, 내가 잘되는거라고 착각하는 엄마와 다를바가 없다. 채워질거라고 착각하는것일뿐, 실제로 채워질리가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없다. 기껏 만나서 정치인들 이야기하고 연예인들 이야기다. 사람이 만나서, 그 자리에 없는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는게 슬프다. 그런 상황이 슬퍼서, 내 이야기와 너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어도 별 할이야기가 없다는게 더 슬프다. 하루 하루는 너무나도 반복적이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부산사람이 만나서 야구이야기만 할게 아니라, 축구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왠만하면, 대중적이지 않은 스포츠면 더 좋겠다. 한명은 안벽등반하고 , 한명은 자전거로 호주일주하고 , 한명은 낙동강을 수영으로 건넜던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누군가 야구이야기하면 “남 야구한 이야기 하지말고, 니가 야구한 이야기나 해봐” 라는 분위기면 좋겠다.

    요즘 연필로 그림 그린다. 거의 낙서수준이다. 학원에서 배운것도 아니고, 그냥 책 사놓고 공부하고 사진보고 내마음대로 그려본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할 사람이 없다. 많이도 안바라고 "야구" 이야기만큼만 서로 호응해주면 좋는데 말이다. 

    말해놓고 불가능하다는게 감지했다. ㅋㅋ 그냥 오늘 회사에서 “니는 부산사람도 아니다. 오늘 야구하는지도 몰랐냐?” 는 말에 욱해서 그만..

    이래나 저래나 롯데가 우승해서 단 몇일만이라도 부산사람들 웃고 다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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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