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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어처럼 돌아와 자살한 아저씨
    달을파는아이 2008. 9. 3. 07:27

    저번주에 벌초를 갔다. 아버지가 워낙 오지에서 태어난 덕택에 벌초를 하러가는 날이면 길도 없는 산을 헤매는 산악인이 된다. 5군데의 조상님 무덤을 탐험하는데 마지막 무덤에 가는길에 보면 사람이 살지 않는 낡은 집이 하나 있다. 올해도 그 옆을 지나는데 매년올때마다 점점 낡아지는 기분이다.

    그런데 이 집에서 한달전에 잼있다고 하기에는 좀 슬픈 일이 있었다.

    워낙 오지라 고가의 송이버섯이나 약초들이 많이 난다. 그날도 약초꾼이 산을 올랐다 내려오는길에 이 집을 지나쳤는데 왠 파리들이 집에 엄청 많이 있었다. 보통은 벌들이 흉가에 집을 짓고 사는건 많지만 , 빈집에 파리가 많은 경우는 없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방안에 들어갔더니 왠 죽은 사람하나가 앉아 있었다. 그 사람 옆에는 작은 약병이 하나 있었는데 , 독약을 먹고 자살한것같았다. 너무 놀래서 경찰에 신고했는데 , 그날 산골마을에 작은 경찰서에서 말도 못하게 고생을 했었다. 산속에서 부터 반쯤 썩은 시체를 가지고 내려오는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아주어렸을때까지 그 집에 살던 사람이었다. 아버지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2주전쯤에 마을에 지도한장 들고 와서 자기가 누구 아들인데 옛날 집을 찾으로 간다면서 길을 물었다고 한다. 노인들이 많고 작은 마을이라 이름을 대자 사람들은 쉽게 어디로 가라고 알려줬다.

    마을 사람들은 4살,5살때 외지로 나가서 50대가 되어 돌아온 사람이 자기집을 찾으로 왔다는게 이상했지만 설마 죽으로 왔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산속에 있는 무너져가는 자기집에 들어가 아저씨는 약을 먹은것같다.

    연어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죽는것처럼 , 그 아저씨도 자기집으로 돌아와 죽었다. 왜 구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렸을때 살던 집에 와서 죽었을까? 어릴때지만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걸까? 왜 죽고 싶었던 걸까? 죽기전 다 무너져가는 집의 방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연어가 고향에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 이유를 모르는것처럼 알길이 없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슬프고 이해가 갈것같은건 왜 일까?




    ps) 왠지 슬픈 기분이 들지만, 무섭다. 저 사진을 찍을땐 흉가 신기하다 며 찍었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듣고는 잔뜩 쫄았다. 글 적는 내내 저 사진 검은 곳에 사람이 앉아 있을것만 같아 글적는 내내 사진을 똑바로 처다볼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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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