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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을 아는것과 걷는것의 차이
    달을파는아이 2016. 11. 29. 12:48


    책을 무진장 읽었다. 30대의 지루한 일상중에 그나마 좋았던 건, 책을 수집가처럼 읽어 모았던 것이다.  거기에는 수많은 새로운 길들이 있었다. 지루해보이는 길도 있었고, 나의 관심을 잡아 끄는 흥미로운 길도 있었다. 대충 보고는 이 길은  보나 마나 뻔한 길이네. 라는 생각을 한적도 많다. 


    책들속에 펼쳐진 길들은 나에게는 정확한 네비처럼 느껴졌다. 그 길은 정답을 알려준 시험지처럼 보였고, 너무 나도 당연했다. 그냥 나는 책에서 제시된 대로 걸어가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회사를 그만 두고 2년이 지났다. 길을 실제로 걷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던 작년 1월에는 날씨도 화창했고 안개같은 것도 없었으며 길도 잘 닦여 있었다. 간소한 짐을 챙겨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2년가까이 걸었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실제로 걷는 것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에서 말해주는데로 길이 이어지지도 않았다. 날씨는 변덕이 심했다. 마땅히 있어야 할 식당은 사라진지 오래여서 굶기도 많이 굶었다. 


    길을 계속 걷다보니 다리는 튼튼해졌지만, 불안감은  커졌다. 작은 바스락 소리에도 움추려들게 되었고, 내일에 대한 기대보다 두려움이 커졌다. 길에는 안개가 스며들었다. 안개속에서 걷는건 공포감을 준다. 그냥 그자리에 주저앉고 싶어졌다. 


    썩어 넘어진 나무에 앉았다. 여전히 사방은 하얀 안개로 덮여있고, 날씨도 어둑해졌다. 내가 가는 길이 도데체 어디로 가는것인지, 내 체력이 길 끌까지 갈 수나 있는것인지.. 곰곰히 생각했다. 가까운 친구는 소주한병밖에 없다. 가라앉은 마음을 그나마 들뜨게 해준다. 소주로 가짜 들뜸을 유지하며 길에 대해서는 생각을 접었다. 술이 깨면 같은 자리에서 걱정만 했다. 그렇게 몇달을 보냈다. 



    결론은 간단했다. 


    그냥 계속 걷는 것이다. 걸으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목적지가 어딘지는 나도 알수 없다. 정답과도 같았던 수많은 책에서는 답이 없었다. 답 비슷해보이는 글에서 작은 용기를 얻을수는 있었지만, 이내 꺼져버렸다.. 나를 타고 오르는 공포에 다리가 더 이상 굳지 않아야 했다.  그냥 막연히 걷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게 뭔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을 짖누르면서, 하루에 끝내야 할 거리를 설정했다. 이 만큼 걷는다는게 뭔 의미가 있는지 , 걸어가는 이 길이 맞는길인지 판단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 일단 걷고 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발 한발 걷기 시작하니까, 안개속에서도 약간 더 앞을 볼 수가 있게 되었다.  여전히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너저분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내가 기대했던 모습도 아니었다. 그런데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걸어 재끼는것 외엔 할 수 있는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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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