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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타는 배에서 내려야 할까? 머물러야 할까?
    달을파는아이 2011. 8. 25. 17:53




    불타는 배위에 사람들이 안절부절하고 있다. 이 배는 과연 가라앉을것인가?
    무사히 화재진압을해서 다시 순항을 할것인가? 선원들은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다. 
     


    배를 떠나면 기회주의자,이기주의자인가?

    선장은 한달뒤면, 불을 끌수 있다고 자신한다.  선장과 기대와는 달리 서서히 한명씩 배를 이탈한다.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배의 불을 끌 사람들이 줄어든다. 배의 불길은 더욱 거세지고, 상황은 불리해진다. 남은 선원들은 배를 이탈한 사람들을 비난한다.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기회주의자라고 낙인한다. 하지만, 속마음은 불안하다. 이쯤에서 나도 내려야하는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배가 불이 난줄 모르는 사람들이 배에 오른다. 아직 배의 불이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산뜻하게 페인트된 배는 오히려 고급스러워 보이고 커보인다. 새 사람들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하지만, 큰 배의 구조를 알지 못하는 새 사람들은 오히려 방해만 된다. 긴급한 상황임에도 , 긴급한지 모르는 새 사람들때문에 일이 더욱 더뎌진다. 



    실제로 모든것을 이끌던 1등 항해사

    급기야 1등항해사가 배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밤낮을 새워 진화를 하려했던 1등항해사는 지쳐버렸다. 지금까지 온 시간만큼 더 고생을 해도 배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다. 배를 회복하는 시간동안 계속 겪어야할 심적,육체적 고통은 1등 항해사에게는 더욱 더 힘들다. 


    1등 항해사의 움직임을 눈치챈 선장은 완전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배의 움직임이 전적으로 1등 항해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배를 내린 사람들은 대체가능했지만, 1등 항해사는 대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가 만약 배에서 내린다면, 배는 멈춰설 수 밖에 없다. 불을 끌 기회를 놓치게 된다. 


    1등 항해사가 배에게 내린다는 소문은 퍼진다. 배에서 내리고 싶었지만, 1등 항해사만 믿고 남았던 사람들은 마음이 흔들린다. 사태의 심각성이 세포마다 느껴진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사람들의 실수가 많아진다. 



    희망에 취한 선장
     

    선장은 미래의 확신을 담보로 빚을 졌다. 조금만 더 가면 배의 불을 끌수 있는 기회를 잡을수 있다는  미래. 그 미래를 아직 오지 않았지만, 선장에게는 너무나도 생생한 현실이다. 불의 진화에는 신경쓰지 않고, 미래만을 쫓았다. 믿을만한 1등항해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전엔 엄두도 내지 않던 뱃길을 1등 항해사만 믿고 내달렸다. 선장 마음속에는 항상 “이 뱃길 너무 위험한데..” 라는 두려움과 “이 뱃길이 끝나면, 엄청난 금은보화에 휩싸일꺼야..” 라는 희망이 교차했다. 도망치려는 1등 항해사를 바라보며, 누르고 있던 두려움이 폭발한다. 금은보화에 대한 희망은 담배연기처럼 사라진다. 지금 뱃길을 돌리거나, 배를 버린다면 선장은 평생 회복을 할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이 배는 남은 인생과 마찬가지다. 



    1등 항해사의 딜레마
     

    1등 항해사가 처음 배를 탈때는 , 언제고 배에서 내릴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배를 내리면 잃는게 너무 많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매일 고단한 술만 마신다. 술취한 모습을 자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신뢰는 점점 떨어진다. 1등 항해사의 지시를 듣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술을 마실때마다 1등 항해사는 자기를 너무 과대평가했다는 자책감에 휩싸인다. 모든걸 뒤로하고 도망치고 싶은 생각만 든다. 일을 너무 크게 벌렸고, 수습을 할수가 없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누구도 말하지 못한..


    배는 서서히 가라 앉는다. 몇몇 사람들은 이미 이렇게 될것을 1년전부터 알고 있었다. 귀를 막은 선장과 자기방법만을 고수하는 1등항해사는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배안에 존재했던 위계질서는 7살짜리 아이와 60살 할아버지 만큼이나 확실했다. 60살 할아버지는 7살짜리 아이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사실은 7살짜리 아이는 60살 만큼 현명했고, 60살 할아버지는 7살만큼 어리석었다. 


    소박했던 선장은 1등항해사를 만나고, 쥐지못한 꿈을 꿨다. 감당하지 못할 일을 벌리자 수습이 되지 않았다. 선원들을 닥달하고, 조금만 더 힘내자고 구슬렸다. 선원들은 지친몸에 조금 더 힘을 냈다. 결과는 더욱 더 지친 몸뿐이다. 선장이 말하던 보상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선원들은 처음 해보는 위험한 일에 내몰렸다. 기존의 일을 수습하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새로운일을 배워야 한다. 선장의 눈앞에만 생생했던 희망은 선원들에게 더 많은 일거리로만 보인다. 


    선장과 1등항해사 그리고 선원들은 항상 웃는다. 애써 우리는 안전하다. 별문제 없다고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웃음이다. 그 웃음의 의미를 모두가 안다. 심각하지만 심각한 이야기는 피한다. 상처 투성이인 몸에 소금을 뿌리지 못한다. 


    이 배는 과연 무사히 다음 항구에 다달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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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