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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실의 추억 그리고 자살바이러스.. 그녀의 명복을 빕니다.
    달을파는아이 2008. 10. 2. 14:24

    최진실이 오늘 자살했다. 출근길에 속보로 뜬 뉴스를 봤다. 얼마전에 자살한 안재환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안재환의 죽음은 왜? 라는 기분이었다면, 최진실의 죽음은 실감이 별로 나지 않는다. 죽었을거란 기분이 들지 않는다.

    내가 중학교때 최진실의 정말 엄청난 팬이었다. 방안에 온통 최진실 사진뿐이었다. CF에 나오는 그녀를 뜨기위해 비디오를 주시하며 라데즈광고가 나오기만을 기다린적도 있다. 10초짜리 CF에 최진실이 떴을때 버튼을 누르면 그당시 비디오수준으로는 5초는 지나야 녹화가 시작되어 번번히 타이밍을 놓치곤 했다. 그렇게 타이밍을 몇차례 놓치기를 몇일을 반복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녹화를 했을때가 기억난다. 몇번을 돌려보며 혼자 얼마나 흐믓해 했었는지 모른다.

    한번은 최진실이 부산에 사진촬영회를 한다고 내려온적이 있다.

    연예인을 거의 볼수 없는 부산에 그것도 당대 최고의 지위를 누리던 최진실이 내려온다는 소문은 온 학교에 퍼졌고 일요일 아침에 있는 촬영회를 가기 위해 친구랑 카메라를 챙겼다.

    어린이 대공원에서 한 촬영회는 무슨 게임과 같았다. 1차, 2차를 깨면서 올라가면 점점 더 강력하고 무서운 보스가 나타나듯 어린이 대공원을 올라가면 갈수록 점점 더 유명하고 이쁜 연예인들이 있었다. 재미있는건 그당시 언덕을 오르면서 가장 먼저 만난 연예인이 김혜수다. 바위 위에 올라가 앉아있는 파란옷의 김혜수와 바위 아래서 옹기 종기보여 치마속에 대단한 무언가라도 있는듯 찍어대는 아저씨들이 기억난다. 그렇게 올라가면서 오연수,강문영 등등을 찍으며 최종보스(?)인 최진실로 향했다. 점점 올라갈수록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서 최진실이 대기하고 있는 꼭데기에는 정말 사람들로 발을 놓을 자리가 없었다. 다행히 앞쪽에 자리를 차지할수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후에 청스즈끼를 입고 23살이었던 최진실이 나타났다. 일제히 플래쉬가 터지고 사람들은 점점 앞으로 밀고 왔다.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위험함을 느꼈는지 경찰들과 매니저들이 물러서라고 소릴질렀다. 그래도 사람들은 막무가네였다.

    그때 최진실이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했다. "여러분~ 이러시면 사진촬영 못해요. 부산분들은 질서를 잘지켜주실수 있죠오?~" 애교썩인 말에 그 엄청난 수의 아저씨들은 "네~" 라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겼던 기억이 난다.

    최진실의 한마디에 질서는 잡혔고 사람들은 얌전히 사진을 찍었고 최진실은 귀여운 포즈를 취해주었다. 그때 찍은 사진이 실수로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청스즈끼를 입은 귀여운 최진실의 모습은 머리속에만 남아있다.

    이렇게 나의 사춘기 시절 한 토막을 자리하고 있는 최진실이 오늘 죽었다. 눈물을 흘리며 통곡할만큼 슬프지는 않지만 하루종일 알수없는 우울함에 젓어든다. 브라운관에 비친 모습이 전부인 연예인이다. 단지 그 모습만을 사랑하고 좋아한 우리들이다. 반쪽자리 애정이지만 , 좋아하던 사람이 죽었다는 느낌은 좋지만은 않다. 허무하다. 저렇게 죽을것을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처럼 오늘 뉴스에서는 온통 왜 죽었는지에 대한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악플러들이 죽였다는 사람들, 안재환과 관련이 있다는 사람들, 우울증이라는 사람들, 먼가 큰 음모가 있다는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죽은 사람마음은 죽은 사람밖에 모른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살아오는건 아니다.

    단지 걱정되는건 최진실의 영향력이다. 20대만큼의 인기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최진실은 한국에서는 거대한 산과같다. 그런 사람이 그냥 죽는것도 아니고 자살을 하게 되면 파급력은 크다.

    자살 바이러스라는게 있다. 실제로 살아움직이는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바이러스처럼 전염이 된다. 모방자살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사람이 어떤 특정한 이유가 있어서 자살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남이 죽는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1793년 베르사이유에서만도 아무이유없이 단지 모방자살현상으로 수백명이 죽었다. 1940년대에는 2일동안 아무 상관없는 사람 5명이 마을입구에 있는 배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루돌프가 마리베세라와 함께 자살했던 사건이 보도되자 유럽전역에 이 자살을 모방한 자살사건이 발생하면서 갑자기 많은 커플들이 자살을 했다. 어떤 장교는 "루돌프 황태자가 자살했다 나도 죽어야한다" 라는 메세지를 거울에 적고 죽었다. (마르탱 모네스티에의 "자살백과" 참조)

    자살바이러스는 영향력이 큰사람이 죽고, 언론을 통해서 퍼뜨려질수록 효과가 더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안재환과 달리 최진실의 자살은 더욱 더 우려를 가지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버틴다고 표현한다. 남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불행하다는 생각이 점점 든다. 그런 상황에서 나도 저 사람처럼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대상들이 있다. 최진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을것이다. 그런 최진실이 우울증으로 자살을 하면 , 그녀를 역활모델로 삼았던 많은 사람들은 더욱 더 좌절을 하게 될것이다.

    자신이 원하건 아니지만 그녀에겐 그 정도 영향력이 있다. 그래서 유명인에게는 공인이라 부르며 사회적인 책임을 지운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남들에게 얼굴이 더 많이 알려진다고 해서 갑자기 슈퍼맨이 되는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슈퍼맨인것처럼 대하려 한다.

    연예인으로써의 최진실과 인간으로서의 최진실의 괴리를 느낀다. 많이 힘들었을 그녀를 생각한다. 화려했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던 삶을 추억한다. 부디 좋은곳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진실로 행복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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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