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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꾜에서 군고구마(やき-いも)
    달을파는아이 2008. 5. 15. 09:12

    야끼~이모~~ 야끼~이모~~

    겨울에 도꾜에 출장갔을때 무료하게 호텔방에 있는데 창밖에서 너무나도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어느 애니였던가.. 아니면 어떤 영화였던가? 드라마였나?? 너무나도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다름아닌 군고구마를 판다는 소리였다. 일본전국 공통으로 쓰기 위해 녹음을 해서 사용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들었던 소리와 톤과 목소리까지 너무나도 똑같아 반가웠다.

     

    소리를 따라가니  "야끼이모(やき-いも)" 라고 쓴 작은 트럭이 있었다. 고구마가 그렇게 먹고 싶은건 아니었지만 왠지 하나 사보고 싶은 욕구가 쏫아 올랐다.

    하지만 왜 이렇게 부끄럽고 떨리는지..

    몇번을 트럭 근처를 서성이다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 조그만한 할머니가 군고구마를 굽고 있었다. 일본사람들은 몇번 보고 이야기도 나눠봤지만 일본 할머니는 첨이다. 할머니는 첫눈에 봐도 일본할머니(?)처럼 생겼다. 내가 다가가자 할머니는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말을 걸어왔다.

    아아아..

    일본 친구들은 내가 한국사람인걸 알고 천천히 쉬운 단어로 말을 해주는데 이 할머니는 너무나도 친근한 얼굴로 말을 쏟아냈다. 반은 알아듣고 반은 흘려들었다. 내가 한국사람인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한 할머니였지만 난 등에서 땀이 흘렀다.

    할머니는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할머니가 젤 맛있는걸로 잘 줄께~ " 라며 고구마를  종이 봉투에 정성스럽게 담았다. 왠지 일본사람들은 거리감이 있었는데 어딜가나 할머니들은 같은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손자를 대하는듯 친근감이 들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시다~" 인사를 하고 고구마를 들고 호텔방에 왔다. 한국에선 본적이 없는 엄청 거대한 놈이다. 무려 하나에 300엔이었지만 300엔다운 크기다. 너무 커서 반쯤 먹다가 다 못먹었다.

    다시 밖에 나가서, 한국에서 왔는데 할머니랑 기념사진 찍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놈의 부끄럼.. 그러질 못했다. 아직도 아쉽네..

    이런 소소한 경험을 할 때마다 느낀다.  어딘가에 여행을 가든 낮선곳에 가든 관광가이드에 나오는 거창한 유적지나 관광명소를 둘러보는것보다 그냥 동네를 한바퀴돌면서 그 지역사람들을 유심히 보는것이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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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