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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이 끝나고 나서 낙담할 학생들에게.. 출발선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달을파는아이 2012. 11. 10. 09:25




    수능이 있었다. 그날이 수능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한때는 인생의 모든걸 걸어야 했던 날이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날도 아니다. 나에게는 그러하지만, 어떤 삼수생은 자살을 했다. 다시 실패할것이라는 두려움이 시험장으로 가는 발길을 다른쪽으로 돌렸다. 그 당시를 돌려보면, 그 절박함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육체적인 고단.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어느정도 공감이 간다. 아무도 인생이 롱레이스라는걸 말해주지 않았다. 수능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라는 생각을 주입받았고, 그렇게 믿었었다. 수능은 단지 길고긴 레이스의 출발점일뿐이었다. 인생에는 너무나도 많은 길이 있었고, 수능은 그 길중에 하나일뿐이었다. 


    사람들은 인생을 100미터 달리기처럼 달린다. 매일 전력질주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성공하고 싶어하고, 좀 더 빠른 길을 찾는다. 두세시간이면 읽을 책 한권도 요약본으로 읽어 버리고, 느긋한 산책대신 다람쥐처럼 런닝머신에서 뛰어 다닌다. 아무도 나에게 인생이 이렇게 롱레이스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아직 가야할 레이스가 한참을 남았지만, 지금 뒤를 돌아보면 상당히 먼 거리를 달려왔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서 주저앉기도 했고, 될대로 되라고 뻗어버리기도 했다. 


    내 생각을 가질 여유도 없이, 선생과 부모는 밤 12시까지 수학을 풀고, 영어를 외우길 바랬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고민할 틈도없이 달렸다. 고민은 부모님의 몴이고 나는 고민을 대행할 뿐이었다. 저 언덕만 넘으면 대학이다. 대학만 가면 모든게 끝이다. 허덕허덕 대면서 언덕을 넘었다. 그러나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그 언덕은 레이스의 끝이 아니라, 레이스를 본격적으로 달려도 된다는 자격증같은 거였다. 인생으로 보면 정말 초반 레이스임에도, 거의 모든 체력을 소진해버렸다. 아무도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달리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마라톤에서 누가 초반에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가? 바보가 아닌 이상. 하지만, 바보처럼 나는 달렸다. 나의 코칭스탭들도 지금은 막 뛰어야 하는 코스라고 압박했다. 사실 나도 코치들도 몰랐다. 그냥 언덕을 넘고 싶었을 뿐이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부모도 선생도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15년이 걸렸다. 그들도 모를수 있고, 아니 모르는게 당연하다는걸 이제 알았다. 자기들도 힘든 레이스를 달리고 있다는것도 이제 알았다. 그들도 나처럼 아무것도 모른체 언제끝날지 모르는 롱레이스를 달리고 있었다. 어떻게 페이스를 조절해야하는지도 몰랐다. 그들도 나와 똑같고, 똑같은 선수였다. 그들이 겪은 인생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수는 있지만, 내 인생의 목표를 거기에 맞출 이유는 없었다.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내 인생이 후져지거나, 보잘 것 없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자살을 할 만큼 압박을 받는 수능날이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냥 목요일일뿐이다. 생각보다 10점떨여저서 낙담하고 힘들어할 학생들에게 , 수능 10점이 인생의 10점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 10점이 지구를 흔들만큼 크게 느껴지겠지만.. 곧 여름철에 물리는 모기처럼 느껴질 날이 온다. 인생은 롱~레이스고, 수능은 그 출발선일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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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