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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원성 질환 , 병을 고치러 가서 병을 얻어 오는..
    달을파는아이 2015. 12. 14. 12:53

    작년에 똥꼬가 가려워서 병원을 찾았다. 굴욕적인 자세를 참아가며 진료를 받았다. 항문소양증이라는 그럴듯한 병명을 들었다. 그냥 한글로 풀어쓰면, 항문가려움증이다. 청결에 신경을 쓰시고, 좌욕을 매일 5분씩 하시고.. 라는 몇가지 지침과 함께 스테로이드 크림을 처방받았다. 스테로이드. 한때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칭송을 들었던 약. 치료보다 더한 부작용으로 명성을 빼았겼던 약. 의사들이 원인을 모를때 그냥 맥이거나 처바르는약. 역시나 항문소양증은 원인불명이었다. 인터넷에는 이런저런 가능성만 주절주절대고 있었고, 정확한 원인과 정확한 치료방법은 없었다. 의사가 처방해준 스테로이드제는 사지 않았다. 처방전은 그냥 버렸다. 2만원이나 해서 그런건 아니었다. 


    독일제 8만원짜리 똥꼬용 샴프를 샀다. 샤워할때마다 정성스레 싯었다. 뜨거운물에 오래토록 앉아있기도 하고, 아들래미가 바르는 아기용 연고도 발라봤다. 밤마다 찾아오는 가려움은 어느순간 묘한 흥분을 주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게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1년만에 다른 병원을 찾았다. 


    1년만에 다시 굴욕적인 자세를 취했다. 의사는 구지 보고싶지 않은 똥꼬 실시간 동영상을 보여주며, 엄청 가려웠을거같다고 위로한다. 이쪽은 너무 부어올랐다고 손가락을 짚는다. 여자 간호사는 두손으로 정성껏 내 엉덩이를 벌린다.  의사는 항문습진이라고 말한다. 항문소양증보다는 좀더 구체적인 병명이다. 간호사는 정성스럽게 연고를 발라준다. 항문습진은 절대 물에 오래 있으면 안되고, 간단히 싯은후에 드라이기로 말려줘야 한다고 한다. 진료후에 간호사는 복도까지 따라나와 “임금님귀는 당나귀”를 외치듯, 똥꼬가 가려울때는 절대 긁으면 안되고 물이 축축하면 절대 안나으니 꼭 말려라고 당부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한채 계산후에 뛰쳐나왔다. 





    “의원성 질환”이라는것이 있다. 병은 병인데, 의사때문에 생긴 병이다. 내가 1년동안 겪은 일이 의원성질환이다.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병에 항문소양증이라는 애매모호한 진단을 한후에 처방을 한다. 이건 수능시험에서 질문을 모르는데 답을 하는것과 같다. 항문습진은 물과 멀리해야 낫는데, 매일매일 좌욕을 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한쪽 의사는 너무 청결해서 생겼다고 하고, 한쪽 의사는 청결하지 못해서 생겼다고 한다. 처음 의사말을 듣고 더 깨끗이 더 오래 물로 싯었다. 병은 점점 더 심해졌고, 나아지지 않았다. 의원성 질환은 이렇다. 



    의원성 질환중에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나라인지 모르겠지만, 대형병원에서 사람들이 계속 죽어 나갔다. 그 병원은 엄청 실력있는 의료진이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사망자는 급속도로 늘어났고, 병원을 폐쇄하는 수준에 까지 갔다. 나중에 알게된 원인은 의사가 수술할때 손을 싯지 않았다는것이었다. 그 모든 병의 원인이 “의사 자신”이었다. 자기는 빼고 원인을 찾고 있었으니, 사람들이 계속 죽어 나갈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의원성질환은 생각보다 많다. 나의 경우처럼 사소한것부터, 신혜철형의 죽음.. 얼마전에 있었던 C형감염 주사기 재사용, 암이 걸리면 일단 방사능부터 쬐고 보는것 등등. 오히려 병원을 안갔으면 낫거나 사소했을지 모르는 병들로 죽거나 심각해진다.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섯불리 답을 내놓거나, 답을 모르는데 답이라고 내놓기 때문이다. 


    이런일은 병원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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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