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파는아이

모든것의 시작은 관찰이다,2009년을 시작하는 마음가짐..

달을파는아이 2009. 1. 2. 22:46

어제 저녁 밥을 먹으면서 나온 사소한 이야기로 인해 좁은 밥상머리에서 언쟁이 오갔다. 아버지가 "MB가 대통령에서 물러나야한다는 설문조사에서 80%가 찬성했단다" 라는 말을 하며 , 말도 안되는 언론 조작이라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 말에 "80%는 넘 적은거같은데요?" 라며 응수하자 , 이내 아버지 얼굴이 굳어진다. 아버지는 80%가 너무 과도하게 많게 나왔다고 생각하셨다.

왜 같은 시대에 같은 밥을 먹고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나와 아버지는,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생각할까? 왜 상대방을 어이없이 생각할까?

저녁밥상이나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상황이나 다를바가 없다. 갈갈이 편이 나뉘어진채 상대방을 어이없게 생각한다. 상대방은 바보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당연해 보이는 증거들이 눈앞에 있는데,무슨 미친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2008년의 핵심 키워드는 소통이었다. 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결국엔 상대방 편의 이야기를 듣지 않기 때문이다.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MB쪽이나 그 반대편에 선 쪽이나 똑같다. 남의 말을 듣기 이전에 자기 말부터 쏟아낸다. 먼저 남을 관찰할 용기를 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림 배우기의 시작

어릴때부터 하고싶었던 그림을 배운다. 이 늦다리 나이에 미술학원에 다닌다는게 조금은 부끄럽지만 더 늦기 전에 하고싶었다. 처음 줄긋기부터 시작하고 , 사진을 보면서 입술을 그리는 연습중이다.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점은 "관찰"의 중요성이다. 그림을 그려보면 , 자기의 외곡된 시선을 볼수 있다. 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과 진짜 세상은 많이 다르다. 결국 세상은 내가 보고싶은데로 보고 있다.

사람 입술을 그리면서 , 사람입술이 이렇게 생겼다는걸 처음알았다. 내가 알고 있고, 매일 보고, 매일 입맞추는 입술은 진짜실제와는 다르다. 입술이 입꼬리에서 끝나는것처럼 생각되지만 ,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입술의 경계선이 뚜렷하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빨갛고 앵두같이 반짝거리는 입술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지렁이의 주름에 더 가깝다.

나는 그동안 입술을 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입술이 아니었다. 입술이 아닌것을 머리속에 담아두고, 입술을 그릴려고 해봐야 입술이 그려지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스케치를 하고, 아무리 많은 생각을 해도 절대 입술을 그릴수가 없다.

먼저 관찰을 해야한다. 진짜 실제 입술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는것이 중요하다. 보는데 절대 내 생각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내가 입술이라고 정의 내린 단어를 떠올려서는 안된다. 내 머리속에 박힌 입술의 정의로 입술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마음속에 이건 입술이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그래도 이겨내야한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무엇보다 보는것이 중요하다. 보고싶은데로 보는게 아니라 , 있는 그대로 보는게 중요하다.

 

인상파가 보는 세상

"인상파"라고 알려진 파가 있었다. 그들은 사물을 면밀히 관찰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로 우리가 빨간색이라고 생각했던 장미가 사실은 빨간색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빨간색이라고 보고싶었을뿐, 실제 그렇지는 않다는것을 알아냈다.

주위에 아무물건이나 자세히 관찰해보자. 빨간색이라고 생각했던 물건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걸 알 수 있다. 빛이 어디로 들어오는가에 따라 달라보인다. 어떤 색깔의 빛이 들어오는가에 따라 달라보인다. 주위에 어떤 색의 물건이 있는가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빨간색 장미에서 파란색도 보이고 녹색도 보이고 보라색도 보인다.

장미가 빨간색인건 우리 머리속의 이야기일뿐 실제로는 장미는 빨간색이 아니다.

 

늘지 않는 영어

영어몰입교육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영어를 잘 못한다. 영어를 듣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를 관찰해서 영어가 무언지 알아야하는데, 모두들 머리속엔 한국어를 가지고 영어를 본다. 즉, 영어도 보고 싶은데로 보고 있다. 영어를 영어로 들어야만 한다. 영어를 한국어로 듣기 시작하면 영원히 영어를 알수가 없다.

Hello 라는말의 뜻이 "안녕" 이라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Hello를 잘 관찰해야한다. 잘들어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들으며 관찰하기 전에 "헬로우"라고 말하며 시작한다. 영어가 한국어가 되는 순간이다.

 

남자와 여자

화성에서 온남자 ,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히트친적이 있다. 그 책에는 남자와 여자의 다른점이 나온다. 다른점을 인정하지 않고 남자의 머리로 여자를 보고, 여자의 머리로 남자를 이해하려들면 실체를 보지 못한다. 결국 싸움이 난다. 서로가 자기가 본게 진실이라고 소리지른다. 둘다 옳다. 하지만 둘다 틀렸다. 진실로 관찰하고 눈여겨 보아야만 서로가 보인다. 지금 본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은 자기가 만들어낸 허상일지 모른다.

 

반토막난 펀드

작년 펀드가 반토막이 나서 괴로움을 술로 달랜 사람들이 많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전혀 게임의 룰을 모른 상태였다. 내 머리속에 "펀드는 이런것.." 이라는 환상에 투자를 했다. 펀드를 면밀히 관찰을 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펀드는 실제의 그 펀드가 아니었다. 이미 반토막이상이 나고,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늦었다.

 

스케치를 배우면서 생긴 버릇

요즘 스케치를 배우면서 새버릇이 생겼다. 어떤 물건이나 사람, 풍경을 볼때 그냥 보지 못한다. 그림자의 방향, 명암차, 실제 모양 을 보려고 한다. 하지만 역시나 초보라서 잘 보이지 않는다. 저것이 핸드폰인지는 알겠고, 핸드폰이 어떻게 생긴지는 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려보려고 하면 다른 아이가 그려진다. 핸드폰이긴 하지만 핸드폰이 아닌녀석이 그려진다.

한장을 실패하고 , 다시 한장을 그린다. 두번째 그릴때면 핸드폰이 달라져있다. 첫번째 그릴때는 없었던 그림자 , 각도, 색 등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두번째 핸드폰은 첫번째 핸드폰 그림보다 좀 더 핸드폰답다. 모든게 완벽하다고 생각했었는데 , 세번째 그릴때 핸드폰을 보면 또 다른게 보인다. 아마 영원히 핸드폰을 그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매일 매일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것같다. 예전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이 사람에게 이런면이 라며 놀라기도 한다.

 

2009년은 말하기 전에 듣기부터..

2008년은 너무 내 생각에 갇혀서 , 내 생각이 사실이고 , 남들은 바보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바보처럼 보이는건 내가 그만큼 모르기때문임을 알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모른다. 하지만 , 점점 알게 될거라고 희망한다. 한장 한장 그림을 그릴때마다 보이지 않던것들이 보이는것처럼 , 한살한살 먹으면서 알아져간다.

2009년은 좀 더 여유롭고 , 남들에게 느긋해지는 한해가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먼저 말하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잠자코 듣을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