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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옭아맨 사슬.. 사실은 천마의 등에 매달린 고삐. 달려라 나의 천마들이여
    머니머신 2008. 8. 21. 07:05

    한살 한살 먹어 가면서 나의 등에 지워진 짐들을 느낀다. 무거워 하지 않으려고 해도 무거워 지고 힘은 점점 빠져나간다. 짐을 버리고 도망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나를 옭아맨 사슬들은 영원히 짐을 들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듯하다. 

    살아남은 모든 어른들을 무조건 존경한다. 누구하나 가볍게 살아남은 사람은 없다. 살아남았다는 자체가 맨토다.


    야생 코끼리는 잡혀오면 그 주체할수 없는 힘으로 날뛴다. 세상에 가장 강하다는듯이 날뛰는 코끼리를 온순하게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끊어지지 않는 사슬을 발에 묶어 두기만 하면 된다. 코끼리는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을 친다. 그러다가  자기힘으로는 벗어날수 없는 세상에 와버렸다는것을 깨닫게 된다. 단념을 하고 희망을 포기해버린 코끼리는 더이상 발버둥 치지 않는다. 조련사가 사슬을 풀어도 가만히 있는다.

    코끼리는 철로된 사슬에서 벗어났지만 , 스스로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마음의 사슬에 묶여 버렸다.


    아침마다 회사에 출근한다. 지하철을 가득메운 사람들의 얼굴중에 웃는 얼굴을 찾는다는건 불가능하다. 모두들 어쩔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하철을 타고 있다. 나도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모두 스스로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마음의 사슬에 묶여 버렸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사슬은 정말 자기가 원하는일은 멀어지게 하고 , 하루하루 버티게만 해주는 일로 부터는 벗어날수 없게 한다.


    "13일만 버티면 월급날이야. 월급을 타면 맛있는거 먹으로 가야지"

    "이번달에도 카드값이 이렇게나 나왔군. 이걸 갚을려면 일을 그만둘수 없어"

    "하루종일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지겨워 미칠것만 같아. 그래도 이런일이라도 하는게 어디야 백수들이 백만이 넘는다고.."

    "윗사람들 눈치만 보고 싶지 않아. 내 사업을 하고싶어. 그러면 정말 열심히 할수 있을것같아. 하지만 일단 돈이 있어야 사업을 하지"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시간이 전혀 나지 않아. 너무 바쁘다고"


    끊어버릴수 없는 사슬에 묶여 오늘도 자기 합리화를 시작한다. 무거운 사슬이 내몸을 감고 있는 이유를 100가지도 더 댈수 있게 된다. 이유를 하나하나 댈때마다 왠지 사슬이 무겁지 않게 느껴진다. 하루를 더, 한달을 더, 일년을 더 버틸수 있다. 남들도 모두 그렇다는데 위안을 받는다.

    하지만 가끔 비가오거나 어둑한 새벽에 눈을 떠버렸을때, 가슴을 짓누르는 사슬의 무게는 견디기 힘들다.

    "내가 어릴때 하고싶었던일은 이런일들이 아닌데.."

    우울한 생각이 들고 , 좀더 나은 미래는 나에게 있을것같지 않은 기분이 들고, 평범한 일상속에서 평범하지 않은 생각들이 고개를 내밀때 , 애써 눈을 감아 버린다. 그리고 그 생각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시큼한 맛이 목구멍으로 넘어가 소화되어 사라져버리길 기다린다. 잠시 사라지고 나면 그렇게 또 하루,또한달을 버틸수가 있다.


    얼마전이었다.

    새벽에 무슨일인지 잠을 깨버렸다. 핸드폰을 보니 새벽 4시다. 왜 이시간에 깨버린거지? 정신은 말짱했는데 출근을 할려면 애써 잠을 청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잠을 조금더 못자면 지각을 하거나 하루종일 잠오는 눈으로 지내야한다.

    잠이 오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금 나를 괴롭히는 사슬의 무게가 느껴진다. 자기합리화로 무디게 만들어 놓은 사슬의 무게가 새벽 어두움속에서 나에게 다가온다.

    "왜 하루종일 즐겁지도 않은 그일을 위해서 , 이 새벽의 상쾌함을 포기해야하는거지?"


    눈을 감고, 다시 잠이 오길 기다린다. 이 시큼함이 사라지길 참는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시큼함을 더 시큼해지고 정신을 더 맑아진다. 땅속깊이 파묻었던 생각들이 아침 새싹처럼 땅을 뚫고 기어나온다. 시큼해서 인상을 쓰게 만들던 맛이 점점 달게 느껴진다. 사슬의 무게가 점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로 느껴진다. 눈을 뜬다.

    내 손에 들려진 사슬을 본다. 말뚝이 박혀있는 사슬이다. 나를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사슬이다. 아침마다 너무 무거워 지하철에서 웃지 못하게 사슬이다.


    새벽이 지나고 해가 떠오른다. 서서히 해가 떠오르면서 내 주위가 밝아진다. 그리고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기 합리화로 내 눈을 가려버렸던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슬을 따라 시선을 옮긴다. 말뚝이 박혀있을거라고 믿고 있던 사슬이었다. 나를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사슬이었다. 그런데 사슬의 끝엔 말뚝이 없었다. 말뚝이 아니라 하늘을 날수 있는 천마가 있다. 사슬은 천마의 등에 매달려 있는 고삐였다.

    나는 하늘을 날수 있는 천마의 고삐를 쥐고 있으면서 한번도 날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 몸을 감고 있는 이 사슬들은 나를 괴롭게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힘든 시간들은 내가 천마의 고삐를 들 있는 힘을 길러주는 시간이었다.

    사슬이 더 이상 무겁게 느껴지지 않고, 내 힘으로 들수 있는 고삐가 되었다.


    밝아오는 아침처럼 기분이 밝아진다. 그 힘들고 우울했던 시간들은 헛된것들이 아니었다. 모든기회는 스스로가 감당할수 있을때 찾아온다. 감당할수 있는 힘이 없을땐 기회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고삐를 쥘힘은 스스로 기르는수밖에 없다.


    나를 옭아맨 사슬, 사실은 천마의 등에 매달린 고삐다.

    자 달려라! 달려보자! 나의 천마들이여!

    사진출처: http://roshahot.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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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