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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콤형이 물어봅니다. 천안함사건은 퍼즐이야? 미스테리야?
    달을파는아이 2010. 5. 25. 07:36

    말콤형의 새책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에 보면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챕터가 있다. 이 챕터에서 말콤형은 정보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것처럼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데 정보가 많을수록 항상 유리할까? 말콤형은 아니라고 답한다.

     

    퍼즐과 미스테리

    책 171페이지에 보면 국가안보전문가 그레고리 트레버튼이 나온다. 트레버튼은 사건을 퍼즐과 미스테리로 구분한다.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은 퍼즐이다. 우리는 충분한 정보가 없기때문에 그를 찾지 못하고 있다. 퍼즐을 푸는 열쇠는 빈 라덴 측근에서 나올것이다. .... 반면 사담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후 이라크에서 일어날일은 미스테리다. 미스테리는 사실에 입각한 단순한 해답이 없다. 미스테리를 풀려면 불확실한 정보를 판단하고 평가해야한다. 이때 정보는 적은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아서 어려움을 겪는다. ... 수많은 사람들이 이라크가 어떻게 될지 예측했다. 이것은 바그다드 모든 택시기사도 마찬가지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사건은 거의 퍼즐이다. 보통 경찰들이 수사하는 사건들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많은 정보들을 퍼즐 맞추듯이 맞춰가면 사건이 점점 명확해진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고 잡을 수 있다.

    반면 미스테리한 사건은 답이 없다. 신이 있냐? 외계인은 존재할까? 공룡의 피부색은? 등이 대표적인 미스테리 사건이다.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면서 진실에 근접한 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 정답은 알 수가 없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사람마다 온갖 가능성이 제기된다. 의혹만 커지고 점점 어떤말이 진짜인지 판단하는것조차 혼란스러워진다.

    가짜 정보들의 홍수에 휩쓸리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문제는 잘못된 판단을 한 그 순간부터다. 갑자기 넘쳐나는 정보들중에 자기 판단에 맞는 정보들만 눈에 보인다. 다른 정보들은 무시한다. 가짜 정보로 퍼즐을 맞췄다고 착각하게 되고 사건을 해결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예로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퍼즐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미스테리가 된 경우다. 정보를 수집하면 수집할수록 더욱 더 미궁에 빠져들며 그 어떤 정보도 믿을수 없게 된다.

     

    천안함 사건은 퍼즐인가? 미스테리인가?

    퍼즐을 풀지 못할경우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쉽게 알수 있다. 바로 정보를 감추고 있는 사람이다. 퍼즐 조각을 숨기고 있는 사람을 찾기만 하면 된다. 반면 미스테리는 다르다. 미스테리는 풀지 못하게 되면 점점 어려워진다. 정보 자체가 잘못되었을수도 있고 정보 해석을 잘못했을수도 있다. 아니면 정보자체에 대한 판단조차 틀렸을수 있다. 그 어떤것도 믿을수 없게 된다.

    천안함은 처음에는 퍼즐이었다. 단순히 증거만 모으면 되는 사건이었다. 퍼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씩 퍼즐을 맞추면 되었다. 하지만 누군가 퍼즐조각을 가지고 사라졌다. 의도적이었는지 비의도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퍼즐이 사라지자 천안함 사건에 대한 온갖 의혹과 예측이 터져나왔다.이때부터 천안함은 미스테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저 마다 예측을 내놓는다. 예측에 맞는 증거를 끼워맞춘다. 한쪽에서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한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후에는 온갖 증거들이 북한의 소행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고작 파란색 매직의 1번 이라는 글자조차도 "명백한" 증거행세를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정부의 선거용 북풍이라고 한다. 그렇게 보기 시작하면 온갖 증거들이 그렇게 보인다. 왜 하필 천안함발표를 선거유세시작일에 했을까? 조차 증거가 된다.

    미스테리의 무서운 점은 편이 나뉜다는 점이다. 인지부조화를 겪으면서 상대방을 바보 취급한다. 증거가 이렇게 명백한데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고 서로가 서로를 비난한다. 하지만 양쪽다 바보는 없다. 자기손에 쥐어진 증거들만 보면 그렇게 판단내릴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기 입맛에 맞는 증거만 끊임없이 수집한다. 양쪽의 틈은 점점 더 멀어져간다.


    천안함사건의 해결방법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한 논쟁은 이 세상 종교가 사라지거나 과학이 사라지는 날까지 계속 될것이다. 전형적인 미스테리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진화론이 맞고 틀리고가 아니다. 오히려 신이 있고 없고가 핵심이다. 신이 있냐 없냐?는 영원히 증명이 불가능하다. 있다는 증거도 찾을수 없을뿐더러 없다는 증거도 찾을수가 없다. 진화론을 믿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창조론을 확 날려버릴수는 없다.

    천안함 사건은 다르다. 이 사건은 원래 퍼즐이었다. 누군가가 퍼즐조각을 숨겼거나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미스테리가 되었다. 천안함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미스테리를 퍼즐로 돌려놓으면 된다. 읽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아서 수많은 예측중 쓰레기들을 걷어내면 된다.

    하지만 ..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는 퍼즐조각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것같다. 퍼즐조각을 찾아야할 주체인 정부가 찾을 마음이 없다. 퍼즐을 찾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누가 천안함사건을 미스테리로 만들었나?

    이 역시도 미스테리다. 퍼즐조각을 아직 못찾았을수도 있고, 이미 불태워 버려졌을수도 있으며 , 아무도 찾지 못하는곳에 숨겨졌을수도 있다. 퍼즐의 전체 모습을 영원히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한가지 분명한건 천안함을 단순한 퍼즐에서 미스테리로 만든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왜.. 누가.. 천안함 사건을 미스테리로 만들었을까? 퍼즐을 미스테리로 만들어서 얻는게 무엇일까?

    그것 역시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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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