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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폰 제대로 쓴다는 소릴 듣다.
    머니머신 2010. 3. 1. 09:33

    설날 이었다. 1년만에 사촌동생을 만났다. 어릴때는 매일 어울렸는데, 나이가 드니 정말 명절아니면 보기가 힘들다. 이번 설의 이슈는 아이폰이다. 다행이(?) 아이폰을 가진 유일한 인물이 나였다. 부러움의 눈을 반짝이던 사람들. 아이폰을 가졌다는 또 다른 쾌감중에 하나다. 뭐 물론.. 요즘 아이폰이 부쩍 늘어서 쾌감이 덜해진 요즘이긴 해도 말이지.

    사촌동생은 작년 한창 연아가 햅틱거렸던 그 폰이다. 메인화면의 아이콘 정렬만 보면 어설프나마 아이폰이다. 하지만 반응속도가 너무 느리고, 아이콘들은 사실 모양만 그러할뿐 기존 폰에 있는 메뉴들이랑 하등 다를게 없다. 햅틱폰을 비하하고자 하는건 아니지만, 왠지 아이들용 폰같았다. 문방구가면 애기들 장난감으로 나온폰있잖은가? 버튼 누르면 삑삑 소리나는.. 아이폰이 나온지 벌써 3년째다. 스티브가 5년앞선 폰이라는 말을 써보면서 실감했는데.. 사촌동생의 햅틱을 보자 더 그렇다. 

    연신 부러움을 나타내던 사촌동생이다. 하지만 약정이라는 사슬에 묶인 몸. 아직 1년 4개월이나 남았단다. 이런 안타까운일이... 이때 위로를 가장한 맥이는 말을 날린다. "기다렸다가 아이폰 4세대나 안드로이드 좋은거 나오면 그때 사" 


    언제어디서나 일하는 IT맨

    오랜만에 만나고 해서 술한잔하러 집을 나섰다. 택시를 잡아 탈려고 길에서 떨고 있는데, 문자 하나가 왔다. "*** 서비스가 안되고 있는데 확인 좀 빨리 해줄래요?" 우리 회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클라이언트다. 설날 저녁에 문자보낸거 보면 좀~ 급한가 보다. 예전같으면 두리번 두리번 게임방을 찾아 뛰어 다녔을 상황이다. 버뜨! 지금은 내손에 아이폰이 있다.

    마침 택시가 와서 택시에 올랐다. 긴급한 상황을 위해서 깔아둔 원격 접속 3총사중 VNC 원격이 되는 녀석을 먼저 열었다. 아이폰의 좁은 화면으로 WINDOW 2003  서버가 보인다. 화려한 손가락 놀림으로 화면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데이타 디렉토리를 살핀다. 이 서버에는 문제없다. 


    이번엔 3달러나 주고 산 SSH 접속 프로그램을 연다. 한글이 깨져나오는 단점이 있지만, 아이폰 키보드에는 없는 TAB키, 화살표키를 사용할 수 있다. 리눅스를 한번이라도 만져본 사람이라면 이 두키가 얼마나 절실한지 안다. 더군다나 타자 치기 정말 애매한 아이폰에서는 더운여름 샤워를 마치고 들이키는 맥주한캔과도 같은 키다.  

    한참을 작은 화면속 리눅스를 들여다 보고 있는데, 옆에서 사촌동생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진다. 고개를 돌려 사촌동생을 봤다. 저..저.. 눈을 본적있다. 하나님이 물위를 걷는 기적을 행항때 옆에서 보고 있던 크리스찬들의 눈이다. 경외롭고 놀라운 광경을 본 눈이다. 


    "뭐하노?"

    "아 ~ 회사 서버가 이상해서 들어가본다"

    "와!! 그런거도 되나?"

    "당연하지 아이폰 안되는게 어딧노"

    "와... 진짜 아이폰은 햄같은 사람이 써야한다. 진짜 제대로 쓰네"


    ㅋㅋㅋ 그렇다. 나는 아이폰을 제대로 쓰는 사람이다. 

    그렇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놀라운 기적(?)도 아니지만, IT 업계외의 사람들이 보면 기적과도 일이다. 나는 기적을 행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몰랐다. 맨날 보는 사람들이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몰랐다. ㅋㅋ


    아이폰을 제대로 쓴다는것?

    아이폰을 사용한지 두달이 넘어간다. 벌써 그렇게나 됬는가 싶다. 아이폰을 재대로 쓴다는 소릴 듣고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했다. 아이폰을 재대로 쓴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아이폰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제대로 쓴다는것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제대로 쓴다는 의미는 하나다. 아이폰을 쓰기 시작한 날을 기준으로 어떤 생활의 변화가 있었는가? 이다. 어떤일을 더 할수 있께 되었는가? 어떤 일을 하지 않게 되었는가?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가 긍정적인 변화라면 나는 제대로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동차를 사고 나서 예전에 못하던 여행을 마음껏 하고, 혼자만의 공간속에서 자유를 느껴서 스트레스가 줄었다면? 자동차를 제대로 쓰고 있다. 자동차를 산 후 에 집앞 슈퍼도 자동차를 끌고 갈 정도로 게을러 졌따면? 자동차를 사고 생활의 변화가 생겼지만, 제대로 쓰고 있는게 아니다. 

    아이폰을 사고 나서 사람들이 말한다.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고.. 나도 그 중 한사람이다. 컴퓨터에서 인터넷 하는 것 보다 아이폰에서 인터넷을 하는게 편 할 때가 있다. 화면은 작지만 마우스가 아닌 내 손가락으로 하는 웹서핑이 더 실감난다. 이메일 확인,간단한 웹 검색,블로그 댓글 확인, 게시판글 확인 등은 거의 아이폰 몫이다. 

    위에서 처럼 긴급 상황일때, 더군다나 컴퓨터를 쓸 수 없는 상황이 와도 당황스럽지가 않다. 간단한 확인 작업을 위해서 5분쓰고 1000원 내는 게임방도 필요 없다. 아이폰 스캐너 어플로 책읽으면서 좋은 내용 바로 스크랩도 하고, 일본어 사전에서 손가락으로 쓴 한자를 검색도 한다. 동영상은 아이폰에 있는 유튜브와 아이팝의 동영상 서비스로 웬만한건 다 소화해버린다. 메모는 항상 수첩을 들고 다녔는데 이제는 mental note 하나로 끝이다. 머리가 멍하고 집중이 안되면 ambi science를 듣고, RSS는 컴퓨터에서 본지가 꽤 오래 됬다. 길치라서 낯선 곳 공포증이 있었는데, 이제는 걱정안한다. 다음맵만 켜면 다 보인다. 아이폰을 쓰고 난 후에 바뀐 생활의 80%는 만족이다. 불만족 20%속에는 손가락의 통증, 책읽는 권수가 약간 줄어듬이 있다. 


    아이폰은 I+phone

    아이폰은 기계다. 기계지만 문화다. 내 머리속에 기억속에 나에 대한 모든것이 담겨있다. 아이폰은 두번째 기억이다. 이제껏 나왔던 핸드폰과는 포지션이 다르다. 아이폰을 예전 폰과 같은 시각으로 보면 사치품이고 쓸데없는 게임기 처럼 보인다. 그렇게 보면 아이폰은 그 정도 밖에 사용못한다. 하지만 재대로 사용하려면 아이폰의 이름처럼 i+phone, 내 전화기 가 되어야 한다. 남의 전화기와는 완전 다른 내 전화기. 내가 입은 옷, 내 말투, 내 행동으로 다른 사람과 내가 구별되듯이 내 아이폰은 나만의 폰이어야 한다. 

    아이폰을 쓰면서 그렇게 느낀다면, 제대로 쓰고 있는게 아닐까?


    ps) 그날 작은 일식 선술집에 갔더니, 주인이 아이폰산지 3일이었다. 내가 몇가지 팁을 알려줬더니 32000원에서 2000원 까주더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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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