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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산 200여권의 책들과 그들의 이야기
    달을파는아이 2009. 12. 27. 15:25

    2008년에 100권을 읽었다고 자랑하며 글을 적었었다. 그 글 말미에 2009년에는 계왕권 2배를 써서 200권을 읽어보리라 다짐했다. 2009년이 훌떡 지나가버리고 이제 10일도 채 남지 않았다. 1년전 다짐처럼 200권의 책을 읽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210권의 책을 샀다. 올해는 정말 미친듯이 책을 사재겼다. 옷은 점점 낡아가고, 신발은 점점 닳아간다. 그래도 쌓여가는 책을 보는 것은 뿌듯하기만 하다.

    210권의 책을 사서, 32권을 읽지 못했다. 178권을 읽었다. 그 중에는 형광밑줄까지 쳐가면서 읽은 책도 있고, 5분만에 후루룩 봐버린 책도 있다.

    작년까지는 손에 잡히는데로 읽었다. 올해는 주제별로 모아서 읽었다. 주제별로 모아서 읽으면 여러권을 읽어도 한권을 읽은 것 같다. 공통된 주제를 다루는 책이기때문에 겹치는 부분도 많다. 겹치면 겹칠수록 머리에 오래 남는다. 저절로 암기가 된다.

     

    올해 읽은 책들의 큰 주제는 3가지다. 첫번째는 그림이고 , 두번째는 인터넷마케팅 , 마지막은 분노다. 이 세가지 큰 주제의 책들 외에는 예전처럼 땡기는데로 읽었다.

     

    올해 목표중에 하나가 "그림그리기"다.

    작년 12월달 뒤늦은 휴가를 이용해서 뎃셍을 잠시 배웠다. 잠깐 배울것으로는 턱도 없었다. 그래서, 그림과 관련된 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데셍이나 스케치에 관한 책, 인체해부과 관련된 책, 그림을 보는눈을 키우는책등 막 사들렸다.

    그림에 관한 책들을 보고, 혼자 낙서처럼 스케치도 해보면서 많은걸 배웠다. 세상은 우리가 본다고 다 보이는것도 아니거니와 봤다고 다 본게 아니었다. 그냥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세상은 실제 세상과는 달랐다. 머리속에 있는 가짜 세상을 손으로 그릴려니 그림이 엉망이 될수 밖에.. 그림을 그리면 그릴수록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는 눈이 커간다.

     

    두번째 주제였던 인터넷마케팅은 평소에도 관심 있던 분야다.

    하지만, 나름수익모델연구소라는 작은 사이트를 오픈하면서 공부가 필요했다. 나름수익모델연구소의 게시판중에 하나가 "쇼핑몰응급실" 이다. 쇼핑몰 상담을 해주는 게시판인데, 턱없이 부족한 내공을 채우는데는 책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쇼핑몰과 인터넷마케팅관련 책들을 사들였다. 기존에 있던 책과 합해서 32권정도가 되었다. 2,3주사이에 급하게 읽었다. 중복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읽으면 읽을수록 속도가 붙었다. 32권을 읽고 나자.. 왠지 대단한 전문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번째 주제는 분노다.

    갑자기 욱하는 내 성격이 싫었다. 내가 욱함으로 인해서 주위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그렇다고 욱해서 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으로 마음이 더욱 괴로워진다. 분노,불안,스트레스에 관한 책들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여전히 욱하는 성격을 버리진 못했지만,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주변사람들 말을 들을 때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올해 주력했던 세가지 주제와는 별도로 기억에 남는 많은 책들이 있다.

    12권을 읽어보겠다고 시작했던 "대망"은 7권째에 접어 들었다. 히데요시가 슬슬 조선을 침략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내년말에 가서야 12권을 마칠수 있을듯하다.

    올해 우리나라와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1Q84다. 하루끼가 조지오웰의 "1984"를 오마쥬했다고 해서, 1984를 찾아 읽었다. 나에게는 1984가 1Q84보다 더 충격적이었다.어릴땐 만화책만 읽다가 책을 읽기시작한지 얼마안되서 고전을 잘 모른다. 1984를 보고 고전에 새삼 관심이 동한다.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는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지구안에서 아웅다웅 다투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큰 우주선인 지구를 함께 타고 있는 선원이라고 말한다. 이 크고 큰 우주에서 작디 작은 지구라는 우주선을 함께 타고 항해하고 있다는 시각은 나에게 세상을 크게 보게 해준다.

    "책만보는 바보"라는 책도 기억난다. 조선 정조시대때 문인이었던 "이덕무"와 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서자출신이라는 이유때문에 세상이 받아주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몇백년전의 사람들에게 위로는 받는다. 너가 잘못하고 있는게 아니다. 단지 때를 잘 못타고 났을뿐이다.

    "상실의 시대, 남자로 산다는것" "나는 아내와 결혼한것을 후회한다"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등을 보면서, 대한민국에 30대,40대를 살아가는 남자로써 많은 위로를 받았다. 점점 기가 죽어가는 남자들에게 힘을 준다.

    故 노구현대통령의 "성공과 좌절"은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책 표지에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면, 계속 울컥해서 책장을 넘길수가 없다. 정말 쉽게 떠나보내기가 힘들다.

     

     

    2009년에도 여전히 경제서적과 자기개발서적이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실용서는 읽기전에는 무엇인가 대단한게 있을 것 같지만, 읽어보면 기대에 못미친다. 그래도 끊지 못하고 계속 손을 댄다. 그만큼 내가 아직 불안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게 아닐까?

    2010년에 만약 200권을 읽게 된다면, 꿈에도 그리던 1000권이 넘어 선다. 1000권정도 읽으면 세상보는 눈이 달라진다고들 하는데, 그게 너무 궁금하다. 어떤 기분일까? 어떻게 세상이 보여질까? 하지만, 2010년에는 양보다는 질에 무게를 두고싶다. 기존에 읽은 책들을 다시 꺼내보고, 노트에 정리를 하고 싶다. 서점에서 손에 집히는데로 사던 버릇을 버리고, 신중히 고르고 싶다. 1000권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게 아니라, 책은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걸 깨닫게 되는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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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파는아이 @ nala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