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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가 쭉쭉 오르면서 , 딜레마에 빠지다.
    달을파는아이 2009. 4. 17. 08:59

    오늘도 주가는 어김없이 올랐다. 언론에서는 경기가 드디어 바닥을 치고 회복되고 있다고 축포를 터뜨리고 있다. 주식관련책들을 보면, 언론에서 환호성을 지르면 곧 꺽인다고하는 말이 꼭나온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뉴스들을 접해서 그런지 뉴스들이 한결같이 삐딱하게 보인다.

    “펀드 넣느니 직접투자” … 요즘 개미들 달라졌다 , 코스피 6월이후 1500 회복도 가능 ,[Hello! 증시] 개인 매매 70% … 불(Bull)개미場 등등 개미들보고 지금이 기회라는듯 손짓을 보내는 기사들이 많다. 저 말을 믿어야하는건지 말아야하는건지 요즘 너무 헤깔린다.

     

    “초심자의 행운” 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말로 “첫끝발 개끝발”이다. 펀드는 커녕 주식도 모른다. 관심외의 세상이었다. 그러다 몇년전 일요일일요일밤에서 “경제야놀자”를 보면서 펀드에 관심이 동했다. 재미삼아 100만원을 펀드에 가입했다. 그 100만원이 불과 몇개월만에 180만원이 되었다. 눈이 돌아가게 좋았다.

    정말 바보같이 , 우리나라 주가가 보통 2000인줄 알았다. 펀드에 관심을 가진 후부터 주가를  지켜봤던지라, 2000에서 왔따리 갔다리 하는게 평범한 상황인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부끄러워서 손발이 오그라든다. 첫판에 “쓰리고”부르고 “포고” 불러서 쓸어먹고는 , “쓰리고”가 코스톱을 치면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꼴이었다.

    있는돈을 좀 더 끌어다가 펀드에 밀어넣었다.

    웃긴건, MB의 “경제대통령” 프레임에 속지 않은걸 자랑스럽게 여기며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MB에게 속지말라고 열을 올렸다는 점이다. 말은 MB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기우뚱 할것이라고 하면서 , MB가 대통령이 되는 시점에 펀드에 돈을 밀어넣었다.

    사람이라는게 이성적인 인간이 되는건 쉬운일이 아닌것같다.

     

    그렇게 펀드에 돈을 끌어다 넣고 난뒤 , 모두가 잘 아는 대폭락이 시작되었다. 펀드라는건 넣어두고 매달 일정금액을 넣기만 하면 저절로 오르는거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폭락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몇개월 만에 딱 반토막났다.

    손이 떨려서 도저히 돈을 뺄수가 없었다. 매일 번지점프를 하는것같은 기분이었다.

    매일 떨어지던 주가는 겨울이 오면서 바닥을 찾아가는것같았다. 티비에서 시골의사샘이 견딜수 있으면, 그냥 5년이고 10년이고 넣어두고 차분히 기다리는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말이 맞는것같았다. 장기투자에 대한 책들을 접하면서 그런생각을 굳혔다. 그냥 눈 꼭 감고 기다리자.

     

    그렇게 잠잠히 기다리는 동안 경제에 대한 책들을 몇권 섭렵했다. 룰도 모르고 뛰어든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초심자의 행운은 행운이 아님을 깨닳았다.

     

    그러다가 3월에 산 책들이 문제를 일으켰다. 

    경제위기에 대한 국내외 책 3권이었다. 그 책들을 읽고 나자 마음속깊은 곳에서 불안감이 용솟음쳤다. 당장이라도 주가가 500이 될거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가 500간다고 구라친 혐의로  미네르바는 지금 감옥에 있지만, 그의 말이 맞을것만 같은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3월 말쯤 반토막을 회복하지 못한 펀드를 냅다 팔아치웠다. 두명의 자식중에 한명이 전쟁에 나가서 죽은 기분이다. 가슴이 매어지고 슬픔에 목매어 온다. 하지만 남은 자식 한명을 위해서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

    그림에서 빨간 동그라미 부분에서 팔아치웠다. 왠지 홀가분했다.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는 기분이었다. 곧 또 한번의 대 폭락이 온다. 그때가 되면 나의 선택이 옳다. 그 짜릿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

     

    그런데 왠걸 오르기 시작한다. 웃긴건 내가 팔고 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이건 무슨 머피의 법칙인가? 쭉쭉오른다. 사람이 죽기전에 눈에 광채가 나면서 정신이 매우 맑아진다고 한다. 나는 쭉쭉오르는 주가를 보고 , 죽기전의 발악이라고 위로했다. 

    그런데 떨어질듯 떨어질듯 하면서 더욱더 오른다.

    왜 그런지 알 수 없다.

     

    인터넷을 돌아다디다보면, 별의 별 이야기가 다 있다.

    지금 주가가 오르는건 인의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곧 선거철이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그래프를 보면 그렇게 보인다. 누군가가 공을 손으로 통통 튀기듯 떨어지는 주가를 통통 튀기는것 같기도 하다.

    사람은 보고싶은데로 보인다고 했던가? 정말 그런것같다.

     

    주가가 쭉쭉 오르는걸 보고 있으니 딜레마에 빠졌다.

    이대로 쭉쭉 올라서 경기가 좋아지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싫어할 이유가 없다. 마음은 좀 쓰리겠지만 , 그정도는 참을수 있다. 하지만, 조중동에서 쏟아낼 MB 찬양기사를 볼 것 을 생각하면 없던 맹장이 생겨나 뒤틀릴것같다.

     그렇다고 , 경제위기 책에서 말하듯이 주가가 500까지 떨어져도 좀 그렇다. 펀드를 잘 뽑았다고 안도할수 있겠지만, 나라 전체가 어려워졌을때 나는 안전할까? 하는 생각이 든어 가슴이 갑갑하다.

     

    내가 읽은 경제위기 3권은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의 원인에 대해서 말하고 ,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결론낸다. 특히 일본에서 나온 “대공황2.0”이 최악이다. 그 책에서는 서브프라임모기지는 앞으로 올 위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지금껀 티라노사우르스의 발톱만큼이라고 한다. 위기의 본질인 티라노사우스가 살짝 건들였던것뿐인데 AIG가 휘청거렸다고 한다. 

    이 말에 놀라서 펀드를 팔아치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수 없다. 

    하지만 마음이 위기쪽으로 동하는건 내가 생존에 민감한 인간이기 때문인걸까?

    단지 숫자인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것만으로 예전처럼 경기에 살아 날것같지가 않다 .먼가 모르는 엄청난 괴물을 덮어놓은 검은 천이 걷히면서 놀라 자빠질것만 같다.

    책에서 말하는 여러가지 글로벌적인 이유도 그렇고, 국민보다는 궁민만을 위하는 원수각하도 그렇고, 최첨단 기업을 들어내고 아파트를 지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발상도 그렇고 , 멀쩡한 강을 살리겠다고 뒤집어 업겠다고 난리치는것도 그렇고, 물건을 사야하는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나 앉고 있는것도 그렇고, 고부가가치 산업인 아이티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삽질일꾼으로 채우겠다는것도 그렇고, 국민의 입을 테이프로 봉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말만 해대겠다는것도 그렇고..

    도저히 나아질것같지가 않다. 그래서 답답하다. 나아질것같지 않은데 , 혹시나 나아질까바 답답하다. 딜레마다.


    펀드를 빼고 나자 나를 약올리기라도 하듯 오르는 주가를 보고 있자니 속이 탄다. 정말 사촌이 땅이라도 산것처럼 약오른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도”든 “모”든 어서빨리 결정이 났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그래프보면서 궁금해 하는것도 질린다.

     

     

    내가 읽고 펀드를 팔아치운 경제위기 3종세트

     

    토털 쇼크,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 10점
    방현철.강용운 지음/비아북
     

    2009 공황전야 (확장판) - 10점
    서지우 지음/지안
     

    대공황 2.0 - 10점
    아사쿠라 케이 지음, 김웅철 옮김/매일경제신문사(매경출판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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